▲제 손자 서준이 녀석이 엄마의 불룩한 배를 침대 삼아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마냥 천사입니다.
김학현
그렇게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딸을 만나는 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간호사가 통증완화제를 맞았으니 기다리랍니다. 둘이 분만장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사위가 분만장에서 나옵니다. 평소 과묵한 사위가 사뭇 다른 모양새입니다. 그간의 사정을 상세히 장인장모께 순순히 고하는 게…, 아이 출산은 애비도 춤추게 하나 봅니다.
출산 예정 한 달 전이긴 하지만 임신 중독 때문에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것, 산모의 혈압이 높아서 문제라는 것, 혈압을 내리지 못하면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것, 혈압 조절에 성공하면 자연분만으로 순산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사위가 짧은 시간에 뱉어놓은 딸내미와 뱃속 아기에 관련된 정보입니다.
도대체 임신 중독이 무엇이기에 이리 호들갑인가 싶었습니다. 임신 중독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을 말한다는군요. 고혈압과 동반돼 단백뇨가 나오면 '자간전증'이라 하는데 딸내미가 그렇답니다.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도 하는데, 딸내미는 그 정도는 아니고요.
할배 노릇 하려니 임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네요. 임산부의 비상사태가 임신 중독인 겁니다. 30분이 지났을 때 분만장 안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딸내미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괴로워하며 누워있더군요. 아내와 같이 딸아이를 붙잡고 기도를 했습니다. 순산하게 해달라고. 50%가 열렸다나요. 그럼, 곧 낳겠구나 생각하고 몇 시간 후 집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음날 오전 4시께 나왔습니다. 16시간 정도의 산고가 있은 뒤였죠. 비록 떨어져 있지만 우리 내외는 잠을 못 이뤘습니다. 오후 10시께에는 낳겠지 했던 게 다음날 새벽 4시께 낳았으니 안 그러겠습니까. 혈압이 올라 힘을 주면 산모가 위험해 아이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 낳았다고 합니다.
정상에 못 미치지만 2.25kg의 튼튼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인큐베이터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어린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조금은 요란스럽게 2016년 3월 26일 새벽, 이 할배의 또 한 명의 손주가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서준이가 아들인데 녀석은 딸입니다. 참 잘 된 일입니다. 서준이 녀석은 동생이 이렇게 어렵게 세상 구경을 하는 동안 할머니 집에서 사촌 형과 열심히 논다고 합니다. 당분간 어린이집은 쉬고 말입니다. 아직 딸내미는 혈압이 내리지 않아 입원 중이고, 아이도 당분간 중환자실을 고수할 상태지만, 생명의 신비는 그지없군요.
시간이 답이라고 믿어 봅니다. 제 어미의 혈압이 안정되고, 손녀딸도 엄마젖을 잘 빨게 되겠지요. 아내에게 "서준이 동생은 서은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아내 왈, "왜 월권을 해요? 부모와 친조부모가 있는데." 하…, 이번에도 이름 지어주는 건 포기해야겠습니다. 외할아버지인 주제에. 그렇죠? 그냥 '파이팅'이나 외쳐봅니다.
"딸내미, 파이팅! 손녀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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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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