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곡초등학교 학생들의 예능 경연대회 참석 사진항곡초등학교 학생들은 전교생이 함께, 리코더를 연주 솜씨를 뽐내며, 도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작은학교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영준
잠시 사진 기록들을 보며 항곡초등학교가 지나온 걸음을 회고하는 시간이 있었다. 1941년 임시건물을 세우고 개교한 흑백사진부터, 해마다 교실을 늘려 지어 1985년 교실 6개, 관리실 2개를 갖춘 지금 모습이 이어졌다.
올해 마지막 졸업생인 세 학생이 1학년으로 입학하던 날 앳된 얼굴과 체구로 교문 앞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나오자,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6년 동안 어느새 몰라보게 자란 모습에 마을사람 누구나 대견한 마음이 들었으리라.
"이제껏 배워온 길을 바탕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개척해가길 바랍니다.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만 하고, 그런 사람이 되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좋은 꿈을 일구고, 꿈을 넘어서 그 일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랍니다. 비록 학교가 폐교되어도, 그동안 이루어온 긴 역사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계속 마을의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마을 발전에 기여하면 좋겠습니다."(김수림 교장)3대가 같은 모교졸업식 마치고 나오는 길, 교실 복도에 연도별로 걸려 있는, 개교 이래 학교를 거쳐 간 얼굴들이 담긴 흑백사진들에 눈길들이 머물렀다. 노승오님은 1949년 첫 졸업식에서 18명이 같이 졸업했다며, 날짜를 단기 연도로 표기하고 커다란 도장이 찍힌 60년 전 졸업장을 보여줬다. 해마다 졸업식이면,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운동장에 의자를 놓고 줄지어 찍었다. 점점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서 20~30회 졸업식에는 졸업생 50~60명이 사진을 꽉 채웠으나, 20년여 전부터 졸업생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게 보였다.
항곡초등학교 변천사에는 마을사람들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다닌 집들도 많았다. 전후 마을을 개척하며 맞물려, 교정에 나무도 심고, 운동장 돌멩이도 삼태기에 나르며, 마을사람들이 함께 가꾸어온 값진 곳이다.
때마다 찾아오는 운동회·학예회는 마을잔치였다. '아장아장 걷던 누구네 집 몇째가 벌써 저렇게 뛰어다니네!' 하며 서로 뿌듯해하고 음식과 정을 나누던 곳이다. 농촌마을 학교는 그렇게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며, 마을공동체를 지탱해주는 근간이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작은 학교가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