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한 사무직 직원에 대해 지난해 말에 사물함만 바라보도록 하는 자리를 배치해 반인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두산모트롤의 반인권적 행태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러한 반응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면벽' 근무의 세부 사항이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충격적인 이 사진 "명퇴 거부자를 원숭이처럼").
이아무개(47)씨는 지난해 말 회사가 명예퇴직을 통보한 사무직 20여 명 중 한 명이었다. 사무직 전체 10%가 명예퇴직을 당한 와중에 이씨는 이를 거부해왔고, 회사 측은 면벽 근무 상태로 대기발령을 내린 것이다.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했다. 쉬는 시간 이외 흡연, 졸거나 취침, 사적인 개인 전화, 개인 서적, 어학 공부 등등 '금지' 항목이 줄줄이 달렸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와 같은 일종의 고문이었던 셈이다.
이씨가 소명자료 작성을 위해 개인 노트북을 가져오자 '보안규정 위반'을 이유로 1개월 감봉의 징계까지 내렸다고 한다. "회사를 나가라"는 의도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이씨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하자, 사측은 이씨에게 '재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보복성 대기발령과 형식적 재교육을 실시한 지 3개월 만에 이씨가 배정받은 업무는 자재관리. 사무직과는 거리가 멀어 낮은 업무성과를 낼 수밖에 없고, 이를 바탕으로 징계와 해고로 이어지는 일종의 '쉬운 해고'의 그림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이씨가 낸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과 관련, '부당대기발령이 아니다'라는 심문회의 결과를 내놓았다.
면벽 근무에 회고록, 경고장까지... '강제 명퇴'의 공포두산은 이미 한 차례 퇴직 이슈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 올려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른바 '20대 명퇴' 논란이다.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는 전 사무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이에 입사한 1∼2년 차 총 88명 중 31%에 해당하는 28명이 신청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명퇴가 미래다" 등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박용만 회장이 "신입사원은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두산 그룹은 '명예퇴직 종결자'로 낙인찍혔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문제적인 것은, 두산 그룹 내에 만연한 것으로 보이는 반인권적인 회사 문화다. 이번 '면벽' 근무 외에도 두산은 변형된 퇴직 강요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매일같이 A4용지 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도록 했다.
"앉아가지고 명상을 하라고 한 거고요. 2시간이 지나면 자기 회고록을 쓰라고 했어요. 오후가 되면 다시 명상하고 또 회고록을 쓰고. 말 한마디도 못해요. 말을 하면 (회사에서) 경고장을 줘요."지난해 말 JTBC <뉴스룸>이 보도한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 정도면 희망퇴직이 아니라 사실상 정리해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작년 한 해 동안 네 번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또 얼마나 많고 다양한 '반인권적인 강요'가 이뤄졌을까. 아마도 일반적인 업무대기와 강제 퇴직 교육은 일상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세습이 '아름다운 승계'면 신입사원 명퇴는 '혁신적 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