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아파트 옥상 태양광허씨가 사는 아파트는 국내 1호로 옥상 태양광을 임대 설치한 곳이다. 103kW급 태양광 집결판에서 6개월 동안 7만 6,179kWh의 전기가 생산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743만원 정도다.
정대희
지난 2014년 허씨는 베란다에 100Wh급 태양광 집열판 2개를 달았다. 전기를 쓰는 만큼 생산하기 위해서다. 전문용어로 에너지자립이라 부른다. 효과를 봤다. 냉장고 2대가 돌아가는데, 계량기는 멈췄다. 전기사용량이 한 달 만에 285kWh에서 229kWh로 줄었다.
작은 발전소를 하나 세우는데 든 돈은 없다. 서울시가 태양광 집열판 구입비용 총 64만원 중 50%를 지원했다. 여기에 공동주택 내 20세대 이상이면 10만원을 추가로 보조한다. 허씨가 미니태양광 모집 공모에 신청한 이유다.
10만원을 또 지원받았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2014년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마을에 선정됐다. 나머지 14만원을 부담해야 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면 한 달에 적게는 7천원, 많게는 1만원의 전기세가 줄었다.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전기를 절약해 관리비가 줄었다. 전기포트를 사용하면 시간당 1800W의 전기가 소비됐다. 냉장고의 50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전제품을 안 쓸 땐, 전기코드를 뽑았다. 서울시 정책 덕도 봤다.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면 전기와 도시가스, 수도를 절약한 만큼 아파트 관리비를 깎아줬다. 6개월간 15만원을 관리비로 되돌려 받았다.
관리비 절약의 노하우는 계속 이어졌다. 옥상이 발전소가 됐다. 6개동 880세대의 머리 위에 태양광을 달았다. 지난해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옥상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합의했다. 103kWh급 태양광 집열판이 옥상의 빈 공간을 채웠다. 현판식이 있던 날, 국내 1호 아파트 태양광 임대설치 소식에 전국이 떠들썩했다.
또,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태양광 집열판을 다는데 필요한 6100만원을 지원했다. 단, 아파트 주민들이 7년간 매달 시설 대여료로 248만원을 납부하는 조건이 붙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매달 평균 381만원을 내던 공동 전기요금이 53만으로 반의반의 반 토막 났다. 대여료를 내고도 80만원이 남는 장사다.
서울시 지원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마트그리드사업'이란 이름으로 태양광발전량(25kWh)을 보탰고 언제 어디서나 전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줬다. 에너지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3kWh 규모의 태양광 집열판도 지원했다. 이것저것 합하니 6개월간 이 아파트서 7만 6,179kWh의 전기가 생산됐다.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1,743만원에 달한다. 허씨가 말했다.
"880세대의 공용 전기사용량이 한 달에 약 4만kWh 정도 된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 6개월 동안 누적된 생산량이랑 거의 같다. 다시 말해 태양광 발전서 생산된 전기로 일 년에 두 달은 공용 전기를 공짜로 쓰는 셈이다."깐깐한 에너지절약, 수도요금 폭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