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멜버른 병원-큰애는 여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응급실도 진료비가 비싸지만 호주에 비하면 속된 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정성화
결국 큰애는 도저히 못 견디고 대형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여기에서 링거 등 응급처방을 받고 겨우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응급실은 접수하는 데에만 40만 원 정도가 들고, 응급실에서 보낸 시간은 네 시간까지는 120만 원, 24시간 있으면 45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큰애는 여기에서 150만 원을 썼다.
잽싸게 링거 한 대 맞고, 기본적인 처치 후 응급실을 나왔기 때문에 그나마 비용이 적게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그 병원에 이틀간 입원을 했는데 비용은 하루에 100만 원 정도 들었다. 입원 후 기력을 차린 후에는 아토피 후유증 치료를 위해 안과에도 갔는데, 한 번 갈 때 마다 40만 원 정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의료비이다.
아내의 호주행에 동의했다과도한 병원비를 걱정한 큰애는 휴학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고 가겠다는 게다. 이는 병원비보다 더 큰 문제다. 큰애 나이도 문제고, 휴학 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바로 후퇴하는 모습이 나는 싫었다.
일단 내가 우겨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휴학하지 않고 치료와 공부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다. 학교에는 2주일 쉬고 다시 가는 것으로 양해를 받았다.
사람이 습관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다. 습관은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은, 금단 증상도 문제이지만, 흡연이 일상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일 터. 일을 하다가 쉴 때, 또는 뭔가 잘 안 풀릴 때 한숨 돌리는 시간을 늘 담배와 같이 했기 때문에 끊기 어렵다.
아토피에도 생활 습관이 녹아 있다고 한다. 아토피는 약을 먹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보다 지속 가능한 치료수단이다. 지금 큰애는 아토피가 얼마나 심한 상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나는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충격이 사라지기 전에 큰애의 생활습관을 바꿔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려운 결심을 했다. 큰애의 변화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내의 호주행에 동의했다.
그러나 우리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멜버른에 방도 알아 보고 했지만 모두 헛수고가 됐다. 이미 정신적으로도 한계 상황에 이른 큰애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기 때문이다. 내 기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계속 학교에 다니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몰아 붙이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학교를 자퇴하고 귀국하는 큰애의 비행기표값을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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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링거 한 대에 기본 처치가 150만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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