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굴이랑 성헌이가 만들고 있던 상하이 파스타. 둘은 식탁에 앉아서 아무 말없이 먹기만 했다. 열여덟 살 소년 둘이 마주앉은 식탁에는 말하는 소리가 안 들렸다. 그저 흡입하는 소리만 있었다.
배지영
제굴은 파스타면을 삶고 나서 기름에 볶았다. 그 면을 짬뽕에 넣고 끓여서 상하이 파스타를 완성했다. 열여덟살 소년들의 식탁. 대화는 없다. 오로지 먹는 소리만 난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성헌은 책가방을 들었다. 제굴은 음식하면서 조금씩 떼어놓은 새우, 오징어, 홍합을 성헌에게 건넸다. 집에 가서 한번 해보라면서.
"성헌아, 이거 다 시장에서 장 본 거야. 대형마트보다 훨씬 싱싱하고 값도 싸." 제굴은 음식이 맛있게 되면 기분이 좋다. "아으, 설거지하기 싫어"라면서 늘어지지 않는다. 친구가 가자마자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가스레인지와 싱크대를 닦고, 행주를 빨아 넣었다. 소파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다. 나는 제굴에게 짬뽕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해줬다. 제굴은 재깍 지현 이모한테 "내일 점심 드시러 오세요"라고 전화했다.
인생짬뽕을 만난 날에 무너져버린 다이어트다음 날, 지현은 오후에 출근하는 제부 점심을 미리 차렸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온 사람이라서 점심 한 끼만 제대로 먹는 편인 지현은 오전 10시쯤에 먹는 과일도 먹지 않았다. 조카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란다. 잠결에도, 제부는 외출복 차림으로 나가는 지현에게 "부럽다"라고 했다. 지현은 제부가 서운하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제굴이가 이모부도 드시러 올 거냐고 물어봤었어. 근데 출근해야 하니까 못 간다고 했지."지현은 '짬뽕의 노예'. 주기적으로 먹으러 간다. 이름난 맛집으로는 가지 않는다. 동네 중화요리점에 간다. 게다가 지현은 '조카 바보'. 어린 제굴은 지현과 '절친'이었다. 청소년이 된 제굴은 "이모, 엄마랑 지금 같이 있어요?"라고 물을 때만 전화하지만, 이모가 좋아하는 상하이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했다. 지현의 가슴은 벅찼다.
제굴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어떻게 해! 맛없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지현은 부엌으로 가서 제굴 옆에 섰다. 끓고 있는 국물을 한 입 떠서 먹었다. 짬뽕도 즐겨먹지 않고, 요리에는 관심마저 없는 나는 그냥 식탁에 앉아있었다. 지현은 제굴에게 자신을 갖고 음식을 만들라면서, "이모가 '짬뽕인'인 거 알지? 진짜 맛있어"라고 했다.
제굴은 다 된 짬뽕에 삶아서 기름에 볶은 파스타면을 넣었다. 그리고는 파슬리 가루와 파를 뿌려서 마무리했다. 제굴이가 쓰고 있는 모든 접시와 조리도구를 사다준 지현은 상하이 파스타를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다면서 고민했다. 나는 잘 안 써서 넣어둔 꽃무늬 그릇을 꺼냈다. 그때 제굴은 파스타가 든 프라이팬을 통째로 식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