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옆 도서관박물관은 대개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관람객들도 자유롭게 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다.
서부원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요즘엔 예전처럼 학년 전체가 한 곳으로 모여 가는 학교는 드물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권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러 소규모 학급별로 주제를 정해 가는 것이 시나브로 대세가 됐다. 그러다 보니 계획할 때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다녀와서는 각자 학급 블로그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거나 문집을 따로 만드는 등 후속 작업이 이뤄지곤 한다.
그런데, 소풍 장소를 정할 때부터 담임교사는 아이들과의 실랑이를 각오해야 한다. 교육적인 효과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교사와 학교 밖 활동만이라도 즐거워야 한다는 학생의 '밀당'은 웬만해서는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 여하튼 둘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를 쉽사리 찾을 수 없는 한계를 매번 절감하게 된다. 말하자면, '의미'와 '재미'의 충돌이라고나 할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풍 장소는 단연 놀이공원이다. 굳이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못해 광적이다. 소규모 학급별로 소풍을 계획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묻게 된 때부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심지어 사나흘간의 수학여행 때도 어떤 주제와 장소로 가든 중간엔 반드시 반나절쯤 놀이공원 코스가 들어있어야 아이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산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늘 박물관이다. 놀이공원이 그러하듯 이 또한 예외가 없다. 놀이가 인터넷 게임과 동의어고, 몸 움직이는 것조차 꺼려하는 아이들이 태반일진대 한참을 땀 흘리며 올라야 하는 산을 기꺼워할 리 없다는 건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나의 학창시절엔 김밥과 음료수를 챙겨 산에 걸어 오르는 것이 곧 소풍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라치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산은 그렇다 쳐도, 대체 박물관을 싫어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물어보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재미없다'고 답한다. 몇 해 전에는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려면 차라리 교실에서 수업을 하자며 반발하는 아이도 있었다. 개중에 박물관이 괜찮다는 아이도 '빨리 끝나서 좋다'고 심드렁하게 말할 뿐이다. 그들은 파하자마자 곧장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피시방에 달려가게 될 것이다.
소풍 장소를 정하려다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난 까닭은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과 국립 박물관에서 만난 이곳 또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쳤기 때문이다. 평일 일과 중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교사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소풍 나온 걸까, 아니면 체험학습을 온 걸까. 아무튼 아이들은 하나같이 딱딱한 박물관을 교실이자 놀이터로 여기는 것 같았다.
박물관에서 수업하고 토론하는 네덜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