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를 넘어 라다크에서 인도 북부의 마날리로 가던 길
양학용
돌아보면 참으로 출발이 어려운 여행이었다. 6개월 전에 예약해둔 항공권을 겨우 여행 한 달 전에 내 손으로 취소하기도 했었다. 에어인디아 항공사 노조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델리-레' 노선이 무기한 운항정지된 것이다. '괜찮을 거야.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곧 타결소식이 들려오겠지.' 1주일이 가고, 보름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흘렀을 즈음, 아내와 나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인도 북부 지역을 여행한 뒤 버스를 타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를 넘어 라다크로 입성한 후 항공편으로 델리로 돌아오려던 여행루트를 항공편 예약 가능 상황에 맞추어 역방향으로 수정해야 했다. 다시 항공편을 알아보고 수정한 여행루트를 점검하느라 부산하던 그때, 우리 부부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
'우리들이 라다크로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이번 여행학교 가능한 거 맞지?'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행 2주일 정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 참가자인 아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의 여권 만료기간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랴부랴 여권은 다시 신청하였으나, 비자를 새로 받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여권 두 개를 다 가져가는 것이다. 비자는 붙었으나 유효기간 미달인 여권과 유효기간은 문제없으나 비자가 없는 여권. 말하자면 불완전체인 두 개의 여권은 반드시 함께 있어야 존재 가치를 발휘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출입국사무소 관리 하나가 이를 문제 삼아 결단코 입국을 불허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라가 인도였다.
이는, 반쪽짜리 여권 두 개를 들고 늘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곤 하는 인도라는 나라로 향하는 아라는, 그리고 나는,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모든 상황들에 대해 애써 아무런 상상도 하지 않음으로써만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또 다시 우리 부부 머릿속을 괴롭히는 생각들.
'왜 이렇게 출발이 어렵지?''정말 이번 여행학교 가능한 거... 맞나?'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마당에 눈이 가득했다. 제주로 이사 온 이후 그만큼의 눈은 처음이었다. 전국적인 폭설이었다. 택시를 어렵게 잡아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활주로 여기저기 눈이 쌓여있었다.
아이들이 제 시간에 해남에서 대전에서 울산에서 제주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닿을 수 있을지, 인도행 항공기는 무사히 이륙해줄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날 공항에서 몇 시간의 기다림은 우리 부부를 조바심치게 했고, 또 다시 떠오른 방정맞을 생각들에 몸서리치게 했다.
'이번 여행학교는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나?''누군가 우리의 출발을 막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