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십우도(十牛圖)와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송성영
소녀가 저 멀리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십우도(十牛圖)와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소를 팔기 위해 집을 나선 주인공이 소와 함께 여행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의 아픔을 털어내고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다. 불교에서 견성(見性)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십우도는 불교의 선종(禪宗)에서,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禪畫),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비유한 그림이다. 그 '수행 과정'을 10단계로 나눠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한 십우도(十牛圖)의 소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여러 선사들이 십우도에 관해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십우도의 첫 번째는 소를 찾아 나서는 심우(尋牛). 두 번째는 소의 발자국을 보는 견적(見跡). 세 번째는 소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네 번째는 소를 붙잡는 득우(得牛). 다섯 번째는 소를 길들이는 과정인 목우(牧牛). 여섯 번째는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우귀가(騎牛歸家). 일곱 번째 단계는 집에 도착해 소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는 도가망우(到家忘牛). 일곱 번째는 사람도 소도 다 잊어버리는 단계에 이르는 인우구망(人牛俱忘). 여덟 번째는 본래의 자기의 참모습, 근본으로 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단계는 시정으로 나와 속인들을 교화하는 입정수수 (立廛收受)을 그리고 있다. 나는 이 열 번째 단계의 '교화'를 산속에 앉아 부처님의 설법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속세에 나가되, 속세에 물들지 않고 고통 받는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나는 십우도에서 말하는 도망쳐 나온 소였고 살아온 나날들을 뒤돌아보다가 분노심으로 가득한 나를 발견하여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 듯 그 분노를 길들이기 위해 무릎까지 다쳐가며 천방지축 인도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탐욕스러운 자본과 거리를 둔 소박한 삶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내는 그 소박한 삶에 지쳐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화를 냈다. 나는 그녀의 분노를 다스려 보겠다고 발버둥 쳤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분노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 분노에 잡아먹혀 어느 순간부터 내가 분노하고 있었다.
그녀의 화를 다스리는 것은 고사하고 내 안에서 날뛰는 분노의 '소' 조차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분노심으로 날 뛰는 소를 길들이지 못하면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가족은 물론이고 내 주변을 병들게 할 것이었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하는 이유는 그 분노심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