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사 상습 폭행·폭언 등 기업 오너들의 '갑질' 논란이 최근 화제다(사진은 재연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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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고 차 안에서는 절대 대기하지 말랍니다. '사람 냄새' 난다고요….""출근 3일째에 갑자기 잘렸습니다. 이유요? 사장 말하길 '느낌이 그냥 좋지 않다'고….""어떤 양반(재벌 3세)은 한 대에 10만 원씩 주겠다며 이유 없이 때리기도 했습니다."수행(운전)기사 상습 폭행·폭언 등 기업 오너들의 '갑질' 논란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수행기사 폭행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가운데, 최근 주류기업 (주)무학 최재호 회장도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모님 제삿날도 운전을 시켰다"는 등 전 수행기사 주장에 무학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장·사장 등 기업 임원의 차량을 운전하며 하루 중 대다수 시간을 그들과 보내는 수행기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임원과 가까운 업무 특성상 '그림자' '손과 발'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 세계에도 나름의 애환과 고충이 있다. 6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수행기사 카페, 현직 기사들 증언 등을 통해 수행기사들의 세계를 살펴봤다.
"우리가 모시는 대장은 갑,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리는 을"승용운전직은 보통 수행기사와 업무사택기사 등으로 나뉘지만, 이중 수행기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출·퇴근이 비교적 일정한 기업 소속 업무기사에 비해 수행기사는 업무 강도가 높고 개인 시간은 적은 편이다. 보통은 30~40대 남성 기사가 많으나, 카페에서는 종종 20대 후반·50대 초반도 발견됐다. 극소수지만 여성 기사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 채용공고나 소개소 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수행기사도 하나의 직업군인 만큼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한다. 본인이 수행하는 임원을 'ㄷㅈ(대장)'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임원과 오래 같이 일할 때를 '롱런(long-run)', 수행 임원이 뒷자리에서 이리저리 지시하며 운전 참견을 하는 경우를 '리모컨질'이라고 표현했다. 그 외에도 '오티(OT, 시간 외 근무수당)' '보초(기다리는 시간)' 등이 있었다.
수행기사 일도 여느 직업과 같이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전·현직 기사들이 쓴 글을 통해 살펴본 이들 직업의 고충은 깊었다. "우리가 모시는 대장은 갑,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리는 을(ju0****)"이라는 의견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가족들 생각하며 참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못 그만뒀다"는 등 기사들의 발언은 이 직업도 '생계형'임을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