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쟁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국민이 직접 나서 줄 것을 호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해가 바뀌어도 별반 달라진 건 없다. 13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고 드는 생각이다. 여전히 불통이고 여전히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난다. 대통령을 거들고 나선 보수언론, 종편 방송에서야 '단호함의 표현', '결연한 의지'라고 추켜세우지만, 경제와 안보의 비상사태(?)에도 해법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불통은 아집이 원인이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13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그렇다. 위안부 문제와 국정교과서, 경제와 안보 위기, 대통령이나 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한다. 경제 위기는 노동법 통과를 가로막은 야당과 노동 단체의 책임이고, 위안부 문제·국정교과서는 정부의 노력과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의 탓이다. 대통령의 눈높이에서는 너무나 격이 떨어지는 야당이고 국민들인 셈이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니 토 달지 말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있다. 보고 있기조차 민망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그래서일까.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성식 전 의원조차 '국민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보와 경제의 위기. 먼저 진단이 틀렸다. 진단이 틀렸으니 해법이 없거나 어긋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3년 내내 경제 위기의 진앙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이 정부는 3년 내내 수출과 대기업만 쳐다본다. 청년 실업자가 쏟아지고, 빚더미에 눌린 가장이 아이들과 연탄불을 피워놓고 생을 마감해도 노동개혁(?)이 답이라 한다.
당장 불을 꺼야할 곳이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삶, 서민경제다. 경제 위기의 가장 큰 뇌관이 가계 부채라는 건 이제 상식에 가까운 진실이다. 손쉬운 해고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노동 관련법을 내놓고 경제 위기의 해법이라고 말하는 대통령. 서민의 살림살이와 국민의 삶을 고작 기업 성장을 위한 불쏘시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노동에 상응하는 임금과 그 임금으로 유지될 수 있는 가정 경제와 손쉬운 해고로 지탱되고 저임금으로 번영하는 기업 경제, 대통령의 담화가 둘 중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그리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경제 위기의 진앙지는 가정 경제다. 수입이 줄어드니,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가 줄어들고 삶의 질은 곤두박질친다. 소비가 극감하고 내수의 침체로 이어진다. 이 일련의 흐름을 보고도 정부는 여전히 기업이 잘되면 국민의 삶도 나아진다는 '낙숫물 효과' 타령이다.
그러나 '낙숫물 효과' 이론은 노동자와 서민의 인내만을 요구할 뿐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대통령. 임기 3년을 앞두고 후보 때 했던 국민들과의 약속과 정반대의 길을 너무나 고집스럽게 가고 있다.
경제 위기의 진앙지가 어딘지 알기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