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겨울꽃 중에서 가장 화사로운 꽃 동백, 낙화가 아름다운 꽃이다.
김민수
어느 겨울 제주도, 노지에 무우와 배추가 초록의 빛을 간직한 채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밭 주인은 가격이 조금 올라가면 수확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촌놈은 한 겨울 노지에서 초록의 빛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김장철이면 땅을 파서 장독대를 묻고, 무우나 고구마 같은 것들을 땅 속에 묻어놓고 한 겨울에 꺼내어먹던 서울촌놈이 그냥 노지에 방치된 무우나 배추를 처음 봤으니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그런 신기함이 일상으로 바뀔 무렵, 제주도에는 동백말고도 겨울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해안가에 피어있는 갯쑥부쟁이나 돌담 양지바른 곳에 피어있는 꽃들과 제때가 아닌데 피어난 냉이나 광대나물 등 바보꽃이 아닌 꽃이다.
제철을 잊고 피어난 바보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한겨울을 제철 삼아 피어나는 꽃을 만난다는 것은 재미를 넘어 신비했고, 경외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작고 연약한 꽃들이한 겨울 추위를 벗 삼아 피어나는데나는 너는겨울이라고 피어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고난 속에서 피어난 꽃더 진하고 향기 깊듯이나는 너는더 진하고 향기 깊게 피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