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이큐900에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차선이탈 경고장치까지 한데 묶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다.
제네시스
시속 100km 속도로 '나홀로' 움직이는 자동차현대차가 내놓은 고급 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차인 이큐900(EQ900). 올해 말 국내 자동차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차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항상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비판적인 시선도 여전하지만 예전과 사뭇 달라지는 분위기도 보인다. 현대차 스스로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물론 이 역시 진정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과 함께, 제품으로서 달라진 자동차를 내놓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신형 쏘나타에 이어 아반떼가 그랬다. 그리고 여기 제네시스 이큐900이 있다. 이큐 900은 아예 현대차 이름을 쓰지도 않는다. '제네시스'라는 독자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는다. 지난달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기자에게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쓰면서 "정말 고객을 위한 차를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독일 베엠베(BMW)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했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한국에 온 지 8개월 만에 그는 이큐900을 보고 자못 놀라는 눈치였다. 비어만 부사장은 "고급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탄탄한 주행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큐 900은 독일 고급차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는 "한국처럼 과속방지턱이 많은 나라는 처음"이라며 "평생 동안 만나볼 방지턱을 한국에선 한 달여 만에 경험할 정도"라고 했다. 그의 임무는 한국의 험난한 골목길과 엄청난 방지턱을 넘나들면서 우수한 승차감을 유지하는 것. 그의 평가는 '만족'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어만 부사장의 평가는 기자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미 앞선 신형 쏘나타와 아반떼도 방지턱을 넘어설 때 승차감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큐900의 경쟁차라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에스클래스(S-CLASS)나 BMW의 7시리즈에선 보다 다른 차원의 승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큐 900은 어땠을까. 비어만 부사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고 나선 그 방지턱을 잘 넘어섰을까.
BMW 고성능차 개발자가 한국 과속방지턱에 고개 흔든 이유답은 '그렇다'였다. 아니, 솔직히 놀라웠다. 벤츠 에스클래스는 별도의 실내 공간에서 따로 플라스틱용 방지턱을 놓고 시승을 했었다. 시속 30km를 유지하면서도 별다른 충격 없이 그대로 넘어섰다.
이큐900은 실제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 주변 도로의 콘크리트 방지턱을 계속 넘었다. 일부 구간에선 시속 60km 넘게 달리기도 했다. 차 바퀴가 방지턱을 맞닿았을 때의 충격은 차체가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차 안에 있던 기자에게 전달된 충격은 앞선 경험과 전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