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우리 안의 덴마크"서울시 성북구 새날도서관은 동네 중심에 있다. 종암시장이 불과 100미터 안팎이고 바로 옆에는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종암로이다. 동네 어디서든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맑음 관장,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 정미림 발걸음 회장, 신지연 책동무 회장.
정대희
지난 11일 꿈틀버스 6호가 서울시 성북구로 향했다. 목적지는 새날도서관. 종암동주민센터 4·5층에 있다. 동네 중심에 들어선 도서관이다. 종암시장과는 불과 100미터 안팎이고 바로 옆에는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종암로가 뻗어있다.
한적한 산기슭이 아니다. 동네 변방도 아니다. 누구나 하루 한번쯤 지나가는 길목에 도서관이 있다. 비탈길을 오르거나 버스를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출근길에, 등하굣길에, 장 보러가거나 산책하는 길에 도서관이 있다.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동안 누구도 어디에 있는가는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그게" 중요하다. 하루 한 번 꼭 지나쳐야 습관이 된다. 정미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가는 길에 어느날, 우연히 도서관을 발견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작고 아기자기한 도서관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날 관장실 문을 쾅쾅 두드리고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지금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한다." 집 근처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의 말이다.
"동네에 도서관이 없어 아이들과 택시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다녔다. 돈도 돈이지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번 가면, 책을 한 다발 빌려와야 하고 또, 가서 반납해야 했다. 새날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집처럼 드나든다."때때로 책을 읽거나 빌리는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신지원 회장은 좋은 사례다.
"독일에서 10여 년간 이민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학원이 아니면 함께 어울릴 공간이 없는 문화였다. 이해할 수도, 적응할 수도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책 쌓기 놀이를 하다가 집 앞에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놀이장소도 바뀌었다. 아이들도 도서관을 다니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해 갈등을 푸는 방법을 배웠다."문 열어두니 알아서 척척! 가족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