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출두한 한상균 위원장, 손목에 '수갑'이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5일 만에 퇴거해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진출두하고 있다. 경찰 호송차를 타고 남대문경찰서에 도착한 한 위원장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있다.
남소연
[3신 : 10일 낮 12시 55분]조합원들, 조계사 앞 모여 "남은 우리가 노동 개악 막아내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진해 조계사를 나와 남대문 경찰서로 호송된 후에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일주문 앞에 남아 "노동 개악 반대한다", "공안탄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은 일주문 앞에 모여 "2천만 노동자의 생존을 지켜주세요", "쉬운 해고/노동 개악 반대", "박근혜 정권 퇴진" 등의 문구가 쓰인 빨간 손자보를 양손으로 들었다. 여기에는 하얀 종이에 직접 쓴 "우리 모두가 한상균" 자보도 있었다.
조합원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린 듯 눈가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조합원들 머리 위로 부슬비가 내렸다. 앞에 선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남은 우리가 반드시 노동 개악을 막아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16일 총파업으로 막아내겠다, 투쟁"이라고 외쳤다.
조합원들은 함께 "평생 비정규직 반대한다", "공안탄압 중단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다 같이 "흩어지면 죽는다 /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 하나 되어 우리 나선다 / 승리의 그 날까지"라는 '파업가'를 불렀다.
"악의적인 종편, 취재 거부합니다" 조계사 현장에서는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 등 일부 언론에 대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적대심도 엿보였다. 민중총궐기, 한 위원장 거취와 관련한 일부 종편의 보도 행태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한 위원장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민주노총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TV조선과 채널A는 카메라를 내려주시라"고 경고했다. 경고에도 해당 방송사가 카메라를 내리지 않자 주변에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취재를 거부합니다", "(종편 카메라에) 내 얼굴 찍히고 싶지 않습니다"를 외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해 이날 조계사를 찾은 박노봉 보건의료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종편 채널 취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우리를 취재할 가치가 없는 언론이기 때문"이라며 "논평부터 뉴스 진행자 멘트까지 대부분의 보도가 (노동 운동 진영에)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왔다는 한 조합원은 "종편은 항상 사실을 왜곡한다"며 "이번에도 한 위원장이 대역 죄인인 것처럼, 민주노총이 죄지은 집단인 것처럼 방송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때도 공권력의 불법은 지적하지 않고, 차벽에 저항한 것만 집중해 방송했다"며 "헌법재판소도 차벽은 위헌이라고 했는데 왜 그건 말하지 않는가"라 반문했다.
다른 조합원 박아무개(69, 여성)씨도 "종편은 총궐기가 왜 일어났는지, 한 위원장이 왜 피신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편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마저 '학생 때부터 데모꾼'이라며 폭도로 몰았다"며 "기자들이 글 쓰고 보도하는 걸 무서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교가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배동산(44, 남성)씨는 "노동자들 목소리가 정권에 전해지도록 종교가 역할을 해야 했다"며 "불교는 한 위원장의 자진출두 여부만 문제 삼았지 한 위원장이 왜 여기 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계사 앞뒤를 빽빽이 둘러싸고 있던 경찰은 한 위원장이 호송된 이후 병력을 이동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약 30분간 구호를 외친 뒤 11시 50분께 해산했다.
[2신 : 10일 오전 11시 45분]수갑 찬 한상균 "감옥에서 투쟁 계속하겠다"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11시 19분 경 자진해서 조계사 경내를 나와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은 한 위원장에게 수갑을 채운 뒤 곧바로 한 위원장을 경찰버스에 태워 남대문 경찰서로 호송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24분 도법스님과 함께 조계사 마당으로 가는 다리를 통해 관음전을 나온 한 위원장은 대웅전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조계사 및 조계종 관계자들이 길 양쪽에 도열해 길을 만들었고, 한 위원장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한 위원장은 조계사 피신 초기에 비해 여윈 모습이었다.
"조계종 성소까지 공권력 침탈,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