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안)작아』 강소연 글,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최혜정
강소연의 <넌 (안)작아>는 이러한 편협한 세상에 일침을 가합니다. 귀여운 털복숭이들을 통해서 말이죠. 어느 날 들판에서 보라색 털복숭이와 주황색 털복숭이가 만납니다. 아주 큰 주황색 털복숭이는 자기 키 절반도 안 되는 보라색 털복숭이에게 "너 진짜 작다"라고 말하지요.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됩니다. 동물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 다른 습관을 가진 존재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고양이와 개가 결코 친해지기 힘든 이유도 의사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고 하지요. 고양이는 경계 자세를 취할 때 꼬리를 위로, 친근감을 표현 할 때 아래로 하지만 개는 그 반대이니 싸울 수 밖에요.
친해보려고 다가가면 싸우러 오는 줄 알고 공격을 할 테니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과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먼저 경계부터 합니다. 틀린 것이라고 규정지어 버리기도 하구요.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진실이라 볼 수 없는 가변적인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작다고 놀림 받은 보라색 털복숭이는 즉각 항변을 합니다. "나 안 작아. 네가 큰 거지." 그러자 덩치 큰 주황색 털복숭이는 "나 안 커. 볼래?" 하고는 자신과 똑같은 동료들을 보여줍니다. "다 나랑 비슷하잖아. 네가 작은 거야" 보라색 털복숭이도 질 수 없죠! 자신의 친구들을 보여줍니다. "나 안 작아. 다 나랑 비슷하잖아. 네가 큰 거야" 이제 털복숭이들은 집단행동을 합니다. 들판은 온통 "작다니까!" "크다니까" 소리로 가득 찹니다.
듣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기려 합니다. 누구의 생각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생각, 내 집단의 생각이 우선입니다. 정말 닮았네요. 우리랑 말이죠. 님비, 지역이기주의, 노사분규, 여야 대립, 뭐 이런 단어들이 즐비하게 생각납니다.
털복숭이들이 시끄럽게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며 거대한 발이 등장합니다. 초록색 거대한 털복숭이의 발입니다.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작디작은 분홍색 털복숭이가 거대한 초록색 털복숭이의 발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보라색 털복숭이는 작디작은 분홍색 털복숭이를 가리키며 주황색 털복숭이에게 말합니다. "봤지? 나 안 작아"라고 말입니다. 주황색 털복숭이는 초록색 거대한 털복숭이를 가리키며 "봤지? 나 안 커"라고 말합니다.
논란이 종식되었네요. 털복숭이들은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진리를 배웠습니다. 모두 상대적이지요. 세상을 좀 더 크고 넓게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다는 것도 배웠을 것입니다.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처럼 편협하면 바른 판단을 못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러네, 안 크네. 너흰 크고 또 작아.""그러네, 안 작네. 너흰 작고 또 커."이렇게 화해하고 보라색 털복숭이들과 주황색 털복숭이들은 배고프다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갑니다. 우리도 이렇게 좀 얼른 깨달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시끄러운 세상이 조금은 조용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림책은 새로운 이야기도 예고합니다. 분홍색 작디작은 털복숭이가 초록색 거대한 털복숭이에게 말하지요.
"너, 털 진짜 많다."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지만, 이 또한 넓은 눈으로 깊은 생각으로 보면 해결점을 찾게 될 것입니다.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조금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혜안을 만들어 간다면 세상은 조금씩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넌 (안) 작아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강소연 글, 김경연,
풀빛,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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