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경기도 부천시 까르푸(현 홈플러스) 중동점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노동 문제' 웹툰 <송곳>에 등장하는 노무사 구고신. <송곳>은 최근 JTBC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 했다.
창비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 평범한 거요.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 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요. 우리는 벌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란 말이오." - JTBC 특별기획 드라마 <송곳> 5화
구고신 부진노동삼당소장은 고용 불안 위기에 빠진 삼진노동조합 노조원 앞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경쟁에서 져서 그런 걸 어떡해요. 다 본인 책임이지"라고 말하는 노조원 문소진의 물음에 구고신은 "패배는 죄가 아니다"라며 울분을 토한다.
많은 시청자는 이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라마 <송곳>의 원작 웹툰에 나오는 이 대사를 공유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6만2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드라마 속 구고신의 대사들은 어록으로 묶여 온라인 공간에서 끊임 없이 회자되고 있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는 시대, 그 금기에 균열을 낸 <송곳> 속 구고신은 가상 인물이 아니다. 짜장면 배달부의 6개월 치 체불 임금을 받아내고, 새벽녘 청소차에서 떨어진 하청노동자의 산재 처리를 돕는 구고신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애써 노동 운동과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원작 웹툰을 그린 최규석 작가는 많은 노동운동가를 만나 구고신을 탄생시켰다. 최규석 작가는 <오마이뉴스>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면서, 구고신의 실제 모델 두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다.
두 명의 구고신을 만나기 위해 지난 11월 2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비정규직센터를 찾았다. '무료 노동상담', '임금', '퇴직금', '산업재해', '해고'라고 적힌 센터의 간판은 <송곳> 속 부진노동상담소를 연상케 했다.
두 사람의 구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