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중 덩치가 가장 큰 편이던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욕조. 특별주문제작된 이 욕조의 길이는 2.1m, 너비는 1.04m에 달하며 성인 네 명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다.
미국 백악관 박물관
2009년 3월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아카이브(국립문서보관소) 설립 75주년 전시장에 거대한 욕조가 등장했다. 성인 네 명은 충분히 들어갈 이 욕조의 주인은 윌리엄 태프트. 키 180cm, 몸무게 150kg에 달했던 미국 27대 대통령이다. 1908년 12월 21일 그는 군함을 타고 파나마운하 건설 현장을 돌아볼 때 선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 욕조를 주문했다. 전시장 한쪽에는 태프트 대통령이 욕조와 함께 초대형 침대 제작을 의뢰한 빛바랜 주문서도 놓여있었다.
100년 전 대통령이 쓴 욕조와 그 주문제작서가 지금껏 남아있는 비결은 미국의 국가기록물 관리제도에 있다. 건국의 역사는 230여 년으로 길지 않지만,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방대하고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제도를 자랑한다. 그 정점에 있는 내셔널 아카이브는 흔히 '미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불린다.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의 아카이브Ⅱ 현판에 쓰여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한국도 기록의 나라다. 유네스코는 이미 훈민정음과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등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했다. 왕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만큼 사관이 목숨을 걸고 써내려갔다는 조선왕조실록 이야기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선조들은 자랑스러운 역사도, 부끄러운 역사도 모두 꼼꼼히 남겼다. 이 '찬란한 기록문화'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모두 과거형이다.
정쟁 앞에서 힘 잃은 기록,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