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실시간 아바타 게임'.
배드맨
닉네임 배드맨은 무안행 버스 티켓을 샀습니다. 5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물과 김밥 한 줄을 사서 버스에 오른 그는 사진 한 장을 올립니다. 당근색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가 올린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게 됩니다. '실시간 아바타 게임'. 즉 배드맨이 회원들의 댓글을 보고, 또는 자신이 선택지를 올린 것에 반응을 살펴 행동에 옮기는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는 겁니다.
순식간에 댓글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계산을 해보니 분당 평균 30~40개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18일 오후 4시 현재 기준 약 2만개 이상). 아바타의 글은 베스트 게시판으로, 또 다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때 해당 게시물에 탑승(댓글을 남기는 것)한 회원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다며 환호했습니다. 첫 게시물에 댓글이 1700개가 넘자 아바타는 새로운 글을 올렸고 그것 역시 베스트 게시물로 직행했습니다.
비록 하루 전에 올라온 글이지만 그것을 읽음과 동시에 저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무안을 향하던 아바타는 휴게소에서 핫바를 먹었습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휴게소에 가면 항상 먹습니다. 군침이 돕니다. 무안에 도착한 아바타는 세발낙지와 낙지비비밥을 먹었습니다. 저도 지난해 봄에 무안에 갔었습니다. 아바타에게 낙지호롱이(나무젓가락에 낙지를 둘둘 말아 구운 요리)를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슬슬 아바타의 여행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그때, 아바타가 1박을 결정합니다.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목포를 가라, 신안을 가라, 중국으로 가라,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아바타는 목포행 미션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저는 '유달산이나 방조제에 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목포에 도착해 고된 일정에 지친 아바타는 카페로 향해 휴식을 취합니다. 뭔가 아쉽습니다. 그러나 글에 흥미가 떨어질 찰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추적자. 추적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노비를 쫓는 추노꾼처럼 회원들이 아바타를 잡으러 떠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또 다시 그들의 만남을 숨죽여 기다립니다. 마치 내가 아바타를 찾으러 나선 것처럼 흥미진진합니다. 회원들은 커피 기프트콘을 사서 댓글로 올리며 아바타를 응원합니다. 추적자들과 아바타의 만남이 이뤄지고 삼겹살에 맥주를 마시는 그들 옆에 저도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낍니다.
슬금슬금 더 많은 댓글이 올라옵니다.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라는 명령이 줄을 잇습니다. 저도 아바타가 제주도를 가길 희망합니다. '제주!제주!' 속으로 외치며 스크롤을 내립니다. 아바타가 '1. 목포에서 1박을 한다 2. 밤12시 제주가는 배를 탄다'라는 선택지를 올리자 환호합니다. '아싸! 제주도로구나~', 다급한 마음에 사람들은 '22222222'를 미친 듯이 댓글로 올립니다.
댓글창은 이제 완전히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댓글을 달기 위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고, 난대 없이 "여자친구 사귀게 해주세요", "복권 당첨되게 해주세요", "다음 시즌에 한화도 가을야구 하게 해주세요" 등 현실가능성이 떨어지는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실시간 댓글은 사실상 채팅창이 됐습니다. 쉼 없이 '새로고침'을 누르고 누군가는 저녁식사를 대신할 간식을 준비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아바타는 제주도를 향합니다. 그 뒷이야기는 이제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실시간 아바타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설명했지만, 이후 벌어지는 스펙터클하고 판타지한 이야기를 다 써버리면 욕먹습니다. 제가 암만 써봤자 원본이 제일 재밌습니다. 그 뒤가 10배는 더 재밌습니다. 회원들이 '유명배우'라고 이름 붙여준 배우도 나옵니다.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요. 절대 낚시가 아닙니다.
'월급루팡'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