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형 대표
우금치
- 우금치는 기존 예술단체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전국에 연극단체가 700~800개 정도 있어요. 그 중에서 저희 시스템이 5위 안에 들어 갈 거라고 자부해요. 월급을 줄 수 있는 극단도 거의 없으니까요. 저희는 연극하는 사람 중에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동출자하고, 공동운영을 하는 동인(同人)제 시스템이죠.
예전에는 대학로에 이런 단체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10년 전부터 사라졌죠. 지금은 프로덕션 시스템이에요. 극단은 있는데 단원이 거의 없어요. 제작자와 기획자가 작품을 선택하면,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모집해요. 그렇게 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공연이 끝나면 해체하죠. 그게 단체를 운영하는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거예요.
연극계 선배님들도 저에게 그런 조언을 많이 하셨어요. '서울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러니 너도 고생하지 말고 단체를 정리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인은 어떤 정신과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요.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그 과정 자체가 모두에게 교육이죠.
어느 작품 하나 딱 정해 놓고, 오디션 공모를 해서 너 얼마, 너 얼마, 하는 거 제가 볼 때 철저히 상업화된 거죠. 배우들은 여기저기 오디션만 보러 다녀야 하고…. 저는 연극인들이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저희 같은 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우금치는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하는 동인제 시스템으로 25년을 버티고 성장해왔다.
- 우금치의 예술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나요?"저는 학교에서 탈춤을 접하고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이 길을 시작했지만, 예술과 사회의 연관성을 보게 됐고, 이 사회에서 예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했어요.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봤을 때,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며, 그래서 사회의 아픈 부분을 회복시키는 게 아름다움이라고….
지금 사회는 자본에 대한 개인의 욕망을 자극해서 개인화하고, 이기심을 자극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죠.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뭐냐, 우리가 같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개인의 심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니, 공동체성을 키워서 그 문제를 해결 해야죠….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기들의 사회적 가치와 정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금치, 단원들은 그 안에서 어떤 것을 익히고 쌓아가고 있을까? 공생(共生)의 모습은 무엇일까? 20대 후배 단원은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꼭 가족 같다고 했다.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끈끈한, 언제든지 서로를 위해 달려 올 것 같은 그런 모습. 이러한 따뜻한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단순히 개인의 성품 때문은 아닐 것이다.
- 극단이라서 위계서열이 강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편안하고 민주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가요?"우리 단원은 창의적이고 자유롭죠. 초기부터 그렇게 운영했어요. 다른 극단에 가보면 후배들이 선배들한테 90도로 인사하고 깍듯하게 모시는데, 그럴 때 솔직히 부러울 때도 있죠(웃음). 우리 단원들은 어휴(웃음).
제가 전에 국립극단에서 하는 작품 연출을 맡았는데, 그곳에서는 연출이 제왕이에요. 60대 이상의 스태프들이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연출가 말 한마디면 모든 게 정리돼요. 많이 놀랐죠. 그런데 저는 그게 연극계의 부정적인 면이라고 봤어요.
저는 늘 단원들과 대화를 해요. 저는 단체의 책임자니까 고민하는 양이 단원들보다 많잖아요.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무슨 의견을 내면, 어떤 녀석은 어제 술만 잔뜩 쳐먹고 와서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형,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딱 해버리는 거예요. 자기는 형 생각하고 다르다고. 그럼 그때 나는 미치것어(웃음).
그런데 저는 우금치가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민주적 구조에 있다고 봐요. 단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요. 자기들 의견이 반영 안 되면 끝까지 표현해요. 그럼 저는 그것을 반영 안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떨 때는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그 애들이 해내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요. 민주적인 구조가 장점이 굉장히 많아요."
"자기 의견 스스럼 없이 말하는 단원들, 우리 극단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