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수학여행을 동행한 119구조대원이 여행지에 도착한 학생들을 뒤따라 걷고 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제공
봄 수학여행철이 끝물을 향해 가고있던 작년 6월 어느날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은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라며 아이가 수학여행을 가는데 119구조대원이 동행해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통상 특수학교 수학여행은 인솔교사는 물론 안전요원과 보호자도 함께 가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보호자인 그 역시 장애인이었다.
당시는 단원고 학생 2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세월호 사고 난지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이 한 통의 전화가 결국 지난 26일 일어난 상주터널 폭발사고에서 자칫 일어날 수 있었던 대형 인명사고를 막은 셈이 됐다.
소방본부는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서울시교육청에 7개 특수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시범적으로 구조대원을 동행시키는 것을 타진했으나, 교육청은 특수학교 외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민간위탁으로 안전요원을 태우지 못하는 초등학교를 포함해 163개교를 선정해 구조대원을 태울 것을 역제안했다.
여러번의 의견 조율뒤 그해 8월 25일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업무협약 MOU를 맺고 수학여행 119대원 동행프로젝트 등 안전분야 7개 항목에 사인하게 됐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교육청과 일정을 조정하고 관내 23개 소방서에서 자원한 144명의 구조대원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으로 인력난을 해결했다.
예산도 올 1억5천만원을 배정받아 숙박이나 식비를 자체 해결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학여행비를 축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엔 총 30건, 올 상반기는 메르스 영향으로 25건만 이뤄졌다.
그러나 동행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발 전 안전교육에서부터 버스-숙소 안전점검, 부상학생 응급조치 등으로 하루종일 앉아있을 틈이 없다. 응급조치는 레일바이크가 충돌해 부상당한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복통, 차멀미, 급체 등 가벼운 증상이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이라 힘이 넘쳐 조금도 쉬지 않는다. 태어나 처음 수학여행을 왔다는 흥분으로 새벽 5시까지도 잠을 안 자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도입 당시엔 '탁상행정' '전시행정' 반대여론 많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