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에 응원메시지를 적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김민정
알바비 받느냐던 말... 그래도 사과를 더 많이 받았어요
사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무서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정부에 반대하는 이야기만 하면 무조건 종북으로 몰아가는 세상에서 '이 종북 빨갱이년이 어디서! 북으로 꺼져!'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에 3시간 서있는 동안 그런 이야기보단 어른들의 응원과 사과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 미안하다.""학생 미안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고.""고마워요. 쉽지 않은 일 일텐데 이렇게 용기내줘서."쌀쌀해진 날씨에 어느새 차가워진 제 손을 아무 말 없이 잡아주시던 손길에, 꼭 안아주시며 미안하다고 거듭하던 그 응원과 격려를 받을 때 마다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참느라 애썼습니다. 참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저 부끄러운 국민이 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인데요.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한 시간이라도 더 서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 시위를 마치고 돌아와 제 소감을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혹시나 1인 시위했던 사진이 나가서 괜한 해코지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둘째 날 일인시위를 할 때 "너 혹시 알바비 받고 지금 1인 시위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지나가신 분도 있었습니다.
칭찬도, 손가락질도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역사에서 보여진 것처럼 청소년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끄러운 역사는 반성하고 더 나아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 정신을 계승해 본받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에 중립은 없습니다. 정부가 정하는 단 하나의 관점은 균형 잡인 시각이 될 수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역사를 배우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저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더 빨리 일어서지 못했다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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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야자 안 가서 미안 딸내미는 광화문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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