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위기청소년 희망토크콘서트에서 MG밴드와 함께 즉석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전인권.
조호진
그는 교도소에서 소년범을 만난 적이 있었다. 희망을 품고 노래를 불러야 할 소년들이 무슨 죄를 얼마나 저질렀기에 잡혀 왔을까? 갇힌 소년들은 견딜 수 없는 아픔 때문에 반항했고, 독방에 갇혔고, 포승줄에 묶였다고 했다. 그건, 버림받은 덫에 걸려 상처 입은 어린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소년범이 부른 노래는 구슬펐다고 전했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우리 기억은 내가 가져가요 처음부터 잊어요
부탁이 있네요 용서해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만 같아요
한번만 눈물을 내게 보여줘요 그저 날 위해서 (김세영의 노래 <밤의 길목에서> 중 일부)열일곱에 학교를 그만둔 전인권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학교 밖 소년이 됐다. 청소년 전인권이 목격한 세상은 잔혹했다. 머리카락을 맘대로 기를 수 없었다. 노래 부를 자유도, 마음껏 소리칠 자유도 없었다. 경찰은 장발을 단속했고, 자유를 외치면 군인들이 잡아 가두고 마구 때렸다.
"억압이 두려웠어요. 억압 체제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그는 독학으로 음악을 배웠다. 악보도 볼 줄 몰랐지만 자신만의 노래로 인정받았다. 그는 아쉽다고 말했다.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더 좋은 가수가 됐을 텐데…. 그건 콤플렉스라고 했다. 아직도 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단다. 자신은 억압의 세상을 살았지만 소년들에겐 소년원이나 교도소가 아닌 희망과 자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년들의 희망과 자유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자유로운 세상이에요. 나의 노래는 사랑과 자유, 평화예요. 우리는 폭력과 억압에 억눌렸지만 요즘 소년들은 경쟁 그리고 비인간적인 것에 억눌려 있어요. 소년은 소년답게 살아야 해요. 소년들은 꽃이 돼야 해요. 소년들을 꽃으로 만드는 건 노래예요. 흑인들을 노예에서 해방시키고 오바마를 대통령까지 만든 건 노래였어요. 음악으로 소년들을 치료하고 싶어요. 세컨드 찬스, 소년들에게 기회를 줘야 해요."그는 삼청동 산중턱에서 혼자 산다. 외롭다고 했다. 외로우면 슬퍼야 할 텐데, 슬프면 절망의 노래가 만들어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의 노래는 희망, 아름다움, 따뜻함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후진 사람은 더욱 아니다. 그가 요즘 만드는 따뜻한 노래 이야기다.
"요즘 쓰는 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눈 오는 날, 내가 잘 만든 노래가 작은 마을 그대의 작은방 라디오로 날아가 그대의 생각이 되고, 그대가 커피를 끓이는 그런 그림이 그려질 때 너와 난 힘겹지 않아요. 지금 그대가 갖고 있는 것 어떤 게 소중해요? 믿음 말고는 그냥 다 버려요. 아름다운 그대, 이제 곧 눈이 올 거예요.' 다시 또 정성을 다할게요. 좋은 음악 계속…." 소년밴드와 함께 서는 전인권... 너와 나, 사랑으로 넘쳐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