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반이면 늘 등장하는 기업의 '투자-고용' 쇼한국 대통령 임기 중반에 기업을 불러 '고용'과 '투자'를 주문하고, 기업들은 늘 '통큰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하곤 합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왼쪽이 현 정부에 대한 기업의 '화답'이고, 오른 쪽이 이명박 정부때의 반응입니다.
강인규
놀랍게도, 미국은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업을 본국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집권하자마자 '제조업 부활'을 정부의 핵심 목표로 삼았습니다. 지난해에는 10월 3일을 '전국 제조업의 날(National Manufacturing Day)'로 선포하기도 했지요. 실제로 그동안 상당 수 생산업체가 되돌아왔고, 다수의 신생 기업들은 아예 국내에 생산 공장을 건설합니다.
왜 갑자기 미국에 제조업 바람이 분 것일까요? 대통령이 '제조업 살리기'를 주문했기 때문일까요?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고용 많이 하라'고 지시하면, 기업들이 이리저리 숫자를 끼워 맞춰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휴가 장병에게 뭘 해 주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성의를 보이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기업에 '뭘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사 그런다 해도 기업들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기업은 자원봉사단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억지 춘향 할인 행사로 잃은 손실분을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고, 눈치를 보며 채용한 인력들은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되었을 때 가차 없이 해고합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압력과 '임금 삭감-쉬운 해고'의 유혹 앞에서 일제히 '고용을 늘리겠다'고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향후 3년간 '136조 원'에 달하는 '통큰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지요. 하지만 이런 일은 정권 중반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어 온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임기 절반이 지나자 초조해져서 기업에 '고용'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신입사원 연봉 삭감'이란 당근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재계는 2010년 '한 해 87조 원'의 '사상최대'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현 정부에서 약속 받은 액수 '3년간 136조'의 두 배에 달하지만, 결국 추가 고용과 투자는 그저 시늉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 사실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기업에 '고용하라'고 압력을 넣는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고나 임금삭감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의 무차별 혜택을 베푼다고 그들이 채용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제조업 르네상스'에 열정을 보이는 까닭은, 실제로 자신들에게 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해외생산이 경쟁력' 주장은 허구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2011년에 아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다시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제조업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조업 해외 이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입니다. 모든 기업이 '생산기지'로 생각하는 중국의 임금은 4년마다 두 배가 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노동 생산성은 낮으며, 본사와 공장이 떨어져 있어서 품질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정치상황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 속에 놓이기 쉽습니다.
이 문제는 국내생산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노동 생산성이 높으며, 본사와 공장이 가까워 품질관리가 쉽고, 급변하는 정치적 변화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2013년 11월 <MIT 테크놀로지 리뷰>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제조업의 회귀'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애플이 최신형 '맥 프로'를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을 언급하며, 제조업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애틀랜틱> 지가 '다시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특집기사를 실어, 제조업이 '국제화'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논평을 했습니다. 기사는 지난 7년 동안 미국에 6개의 생산기지를 건설한 GE 항공의 사례를 들며, "국내에서 생산하고, 해외에 판매하며, 어디서든 서비스한다"는 최고경영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 말은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오바마는 이런 변화를 잘 포착한 탓에, 집권 초기부터 이를 핵심정책으로 삼을 수 있었고, 금세기 들어 최고의 고용 창출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