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서 타멜 가는 길.
박혜경
수화물로 부친 가방까지 챙겨 나오니 밖이 환하다. 오후 2시, 네팔은 인도 옆에 위치해 있지만 인도처럼 푹푹 찌는 날씨는 아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이 '쉬러' 네팔로 오기도 한다.
7년 전 두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도 "네팔은 천국"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인도 여행에 지친 몸을 달래러 예정에도 없던 네팔행을 택하는 경우도 봤다. 날씨도 좋고, 거리도 깨끗한 네팔은 그렇게 인도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공항에서 얼마를 환전하고 나가려는데 환전소 옆 부스에 있는 남자가 부른다. 남자의 부스 위에는 '택시(taxi)'라고 크게 적혀 있다.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닌데.
"헤이~ 택시 필요해요?""타멜까지 얼마예요?""700루피(한화 7700원)""에이~ 너무 비싸요."여행자들 숙소가 밀집해있는 카트만두 타멜 지역까지 400루피(한화 4400원)면 간다고 들었는데, 역시 공항 안이라 그런지 비싸다. 그래도 2배 가까이 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정면에 보이는 공항 출입구 밖에선 흥정할 손님을 찾는 택시 기사들이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저 희멀건 여행자가 비싼 공항 공식(?) 택시를 탈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긴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이 남자는 내가 정말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대뜸 "한국인이에요?"라고 묻는다. "네." 이 남자, 내 대답에 바로 고객을 돌려 호객할 다른 여행객을 찾는다. 아니, 한국 사람들한테 안 통할 거 알아도 이렇게 빨리 포기할 건 뭐람. 애초에 좀 적당히 부르던가.
공항 밖으로 나가자 나를 유심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공항 밖은 사람 반 택시 반, 아니 택시가 더 많은 것 같다. 700루피에서 시작한 택시비는 400루피까지 떨어졌다. 나를 둘러싼 택시 기사들 중 한 명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택시는 낡을 대로 낡았고 하얀 시트는 꼬질꼬질하게 때가 타 있었지만, 기사 아저씨는 조용하고 정직해보였다.
공항을 떠난 택시 차창 밖으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어지럽게 섞여 지나간다. 인도의 거리와 닮은 모습. 카트만두는 '리틀 인디아' 같다고 하더니 정말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경한 건 한국의 모텔처럼 깔끔하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달린 '호텔' 간판이었다. 인도도 네팔도 몰려드는 여행객들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것일 텐데, 이곳을 찾으면서도 이곳이 변하는 게 싫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염치없이 고개를 들었다.
3초에 한 번씩 '빵빵'... 중앙선 넘나드는 차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