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10% 'SKY대' 갈 확률, 하위 10%의 5배"

동그라미재단, 기회균등지수 발표 "한국, OECD 31개국 중 20위"

등록 2015.09.11 18:23수정 2015.09.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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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이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회균등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은 지난해 말 연구팀 세 곳을 선정  우리 사회의 기회 균등 수준을 체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균등지수를 개발했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이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회균등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은 지난해 말 연구팀 세 곳을 선정 우리 사회의 기회 균등 수준을 체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균등지수를 개발했다 김시연

소득 상위 10% 가구 자녀가 이른바 'SKY'라 불리는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하위 10%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의 기회균등 지수는 OECD 31개국 가운데 2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 같은 '환경'이 대물림되고,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회균등 지수'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동그라미재단은 지난해 말 연구팀 세 곳을 선정, 우리 사회의 기회 균등 수준을 체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균등 지수를 개발했다.

"교육 기회균등 격차 정점에 SKY가 자리 잡고 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팀은 소득분위별 기회균등 격차가 명문대로 갈수록 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구 교수팀은 우선 건강·교육·안전·관계·환경·여가·정치 등 8개 분야로 나눠 기회균등 지수를 산출했는데, 한국은 종합 0.70점(1점 만점)으로 OECD 31개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1위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였고 최하위는 멕시코였다. 한국은 '안전'과 '교육' 분야 점수가 각각 0.95점, 0.94점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았지만, 여가는 0.22점으로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육' 분야도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포함했을 때 얘기고, '명문대 진학'으로 한정하면 기회균등 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 10분위 별로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들어갈 예상 확률을 계산했더니 상위 10%(10분위)는 1.25%로, 하위 10%(1분위) 0.26%보다 5배나 높았다. 외국인과 통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출 확률도 상위 10%는 1.7%지만 하위 10%는 0.3%로, SKY 진학 확률과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서울지역 중상위권 대학을 포함하자 그 격차는 2~3배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12년 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로, 10년 전인 2002년 자료로 분석했더니 소득 10분위와 1분위의 SKY대 진학 예측 확률은 각각 1.7%, 0.4%로 약 4배 차이였다. 10년 사이에 두 집단 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구교준 교수는 "2014년 기준 소득 10분위와 1분위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16.6배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실질적 의미의 교육 기회균등을 논하기는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다"면서 "교육 기회균등 격차의 정점에는 SKY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팀이 동그라미재단 의뢰로 '기회균등지수'를 개발하면서, 소득 수준 10분위별로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들어갈 예상 확률을 계산했더니 상위 10%(10분위)는 1.25%로, 하위 10%(1분위) 0.26%보다 5배나 높았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팀이 동그라미재단 의뢰로 '기회균등지수'를 개발하면서, 소득 수준 10분위별로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들어갈 예상 확률을 계산했더니 상위 10%(10분위)는 1.25%로, 하위 10%(1분위) 0.26%보다 5배나 높았다.김시연

30대 남성 기회 불평등, 10년 전보다 2배 증가"

서환주 한양대 경상대학 교수팀은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30대 남성 노동자의 기회불평등이 10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성의 기회불평등이 남성보다 4배 가량 높았지만 점차 줄어든 반면, 30대 남성은 기회불평등이 오히려 증가해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서 교수팀은 30~60대 근로자 아버지의 학력, 근로자의 성별, 소득 수준을 가지고 기회 불평등지수를 산출했다. 그 결과 대학원 졸을 제외하면 아버지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회 불평등지수는 0.018이었고 남성(0.010)보다 여성(0.039)이 4배 정도 높았다. 기회불균등이 소득불평등에서 미치는 기여도도 여성(17.7%)이 남성(6.3%)보다 높았다.

다만 이를 노동시장에 막 진입하는 30대 근로자에 한정해 시기별로 따져보니 10년 사이 30대 여성의 기회불평등은 점차 감소한 반면, 30대 남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000~2002년 3년 평균 기회불평등지수가 0.028에서 2010~2012년 0.006으로 1/5가량 줄어든 반면, 남성은 같은 기간 0.007에서 0.013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사이 소득 불평등 기여도도 5.6%에서 12.3%로 2.2배 늘었다.

서환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기회불평등이 감소한 것은 여성 대학 진학률과 노동참여율 증가,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등으로 성차별이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면서 "예외적으로 30대 남성의 경우 기회불균등이 증가했고 83.3%가 직접효과(환경이 직접적으로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청년 근로자의 경우 고학력화됐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런 취업 어려움은 가족 배경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취업과 개인의 성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 취업에 부모가 개입하는 '현대판 음서제도'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서 교수는 "대학 내부의 서열이 강화되고 명문대 진학률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교육 투자를 확대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서열화-계열화된 교육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비정규직, 사회경제적 배경보다 개인 노력 탓"

하지만 정작 저학력, 저소득층, 비정규직일수록 기회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팀은 지난 4월 동그라미재단에서 시행한 '한국사회 기회불평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대별, 소득별, 교육수준별, 취업형태별 기회불균등 인식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고학력·고소득자·30~40대일수록 '개인의 노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 응답했지만, 저학력·저소득층·비정규직일수록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관용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비경제활동인구일수록 교육 기회가 불공평하다는 응답이 낮고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리는 현상은 아이러니"라면서 "객관적 현실을 바꾸지 못하면 주관적 인식을 바꿔서라도 현실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속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용 교수는 "기회 불평등은 결과 불평등, 정치 불평등은 서로 연계돼 있다"면서 "젊은 층·저소득층·비정규직일수록 정치 참여가 덜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도 노년층·고소득층·고학력층의 이익과 요구를 대변해 특정집단 편향적인 법안을 만들어 결과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경제적 하층에 맞는 맞춤형 정책 지원과 노동시장 불평등 구조 개선, 교육 공공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동그라미재단(옛 안철수 재단)은 지난 2012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기부로 출발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모두에게 기회를'이라는 미션을 제시했다.

성광제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은 "이번 연구는 기회균등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처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기회균등 지수 개발이야말로 기울어진 정도와 깊이를 정확히 진단해 더 평평한 운동장, 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회균등지수 #기회불평등 #동그라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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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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