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누구도 말 할 수 없을 때 말했고 누구도 감싸 주지 못할 때 그 일을 했다.
김성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아래 사제단)은 약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향했다. 정의와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말이다. 정부와 시공사가 진상규명도 없이 철거하려 했던 용산참사 현장을 매일 미사로 지켰다. 박정희 정권 시절 명동성당에서 '제1시국선언'을 발표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한 것도 사제단이다.
사제단의 기록은 '전태일'로부터 시작된다. '전태일'은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연민으로 목숨을 건 사람이다. 사제단이 지키고자 하는 건, 그 가치 자체다. 소중하다고 믿는 가치들이 조롱과 폄하를 받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을 자처한 이들이 사제단이다. 이들이 왜 아직도 조롱과 폄하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당최 모르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출범하자마자 '불법' 딱지가 붙여졌다. 국가는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즉각 해임하겠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라며 배포했다는 공문 내용이다. 몇 가지 추려 소개한다. 아, 다시 상기시키지만 분명 '공문'이다.
-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빨간약>에서 재인용)김수박 작가는 자신이 겪은 전교조 선생님의 이야기를 만화로 풀었다. 그 선생님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다르게' 존중해줬다"라면서 "그럼으로써 서로를 알게 했다"라고 술회했다. 그래서 힘센 친구가 약한 친구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친구를 따돌리거나 하지도 않았단다.
김 작가는 그런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이라고 했다. 그 경험이 이후 삶의 태도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김 작가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잔인한 장면'을 목격한다.
그대들은 본 적 있는가, 이 '잔인한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