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2015, 인물과사상사》 표지
인물과사상사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답하며 마치겠습니다.
최종규 선생께서는 "저자 이윤옥씨는 <조선식물향명집>에 실린 머리말에서 1930년대 한국 식물학자가 '조선총독부 사전'과 '일본인 식물도감'을 바탕으로 삼아서 풀이름을 붙였다고 적었어요. 따옴표를 붙이면서 이렇게 적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틀린 말입니다. 디지털 한글박물관에 들어가면 <조선식물향명집> 원본을 읽을 수 있습니다"라면서 원문을 달아 놓으셨습니다.
설마 이러한 책을 쓰는 사람이 서문을 잘못 읽었겠습니까? 저의 인용글은 단 한 자도 가감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서문의 사정이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풀어 쓰지 않았을 뿐인 것을 가지고 틀리네, 맞네 한다면 지적의 논지가 흐려짐을 헤아려 주십시오.
사정은 이렇습니다.
소화 12년(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본문에 앞서 서(序), 범례(凡例), 사정요지(査定要旨)가 있습니다. 서(序)를 잘 읽어 보면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상태에서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들게 된 경위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조선식물향명집>에 나오는 조선명(조선산식물향토명)을 짓는 데는 다음과 같은 문헌을 토대로 했다고 적혀있습니다(본문에는 '여기 기재된 것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돼 있지만 이 말은 이 책을 토대로 한 것을 말하며 실제 <조선식물향명집>은 이들을 토대로 했음).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이 참고로 한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향약채집월령, 향약본초, 동의보감, 신림경제, 제중신편, 방약합편고적, 총독부편조선어사전, 모리박사저서조선식물명휘, 이시도야·정태현편 조선삼림수목요감, 나카이 박사 저서 조선삼림식물편 등입니다.
서(序)는 이렇게 이어지는데 "위에 있는 문헌에는 동물이명(同物異名) 등이 있고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것들이 많으며 조선어에 생소한 내외선학들(주로 일본학자를 일컫는 것임)의 오기(誤記)도 있어 편집자들이 예부터 연구하던 것에 덧붙여 3년간 100여 차례 만나서 수집한 방언을 토대로 하고 전기문헌(前記文獻, 곧 앞에 예시한 문헌)을 참고로 식물명칭을 사정(査定)하였으며 이것은 2000여종에 달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규 선생의 지적처럼 제 책 115쪽에 '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선명은 그대로 이용하되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은 총독부에서 만든 <조선어사전>이나 일본인이 쓴 식물도감을 토대로 이름을 붙였다'라고 쓴 걸 틀렸다 하시면 안 됩니다. 최종규 선생처럼 자구(字句) 하나에 시비를 거는 사람을 고려했다면 '서(序)와 범례(凡例), 사정요지(査定要旨)에 나오는 문장을 모두 예시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번거로워 서(序)에 싸잡아 말한 것일 뿐이지 없는 말을 보탰거나 뺀 일은 없습니다.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사정요지(査定要旨)의 1항에 "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선명은 그대로 채용함"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기타 <조선식물향명집>에 임하는 편집자들의 사정(査定) 기준을 요약해 놓고 있음은 잘 아실 테지요. 정리하자면 저자의 115쪽 기술부분은 <조선식물향명집> 서(序), 범례(凡例), 사정요지(査定要旨)를 아우르는 내용이며 어느 한 부분도 가감이 없는 내용임을 밝힙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 머리말에서도 밝혔듯이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회의감에 많은 고민을 한 사람입니다. 물론 알게 모르게 우리풀꽃 이름을 되살리려고 애쓴 분들도 많이 있음을 압니다. 그 가운데 최종규 선생님도 한 분이겠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2015년 8월 현재도 우리 풀꽃 이름은 제 이름을 올바르게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 한권으로 그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들꽃을 사랑하는 것은 식물학자들만의 몫은 아니라고 봅니다. 생태적인 것은 식물학자들이 더 자세히 알겠지만 꽃이름에 관해서 만이라도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으로 '화두' 하나를 던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꼼꼼하게 제 책을 읽고 몇 가지 이야기를 지적하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풀꽃 속의 일제 잔재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공유하기
그럼 우리 풀꽃이름이 제대로 돼 있다는 말인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