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으로 잘못 알려진 '사광이아재비'에 피어난 꽃.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들풀이다.
최종규
"이상하게도 식물도감을 만드는 사람들은 잘못된 식물 이름이라도 옛 이름을 그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식물 이름을 자꾸 바꾸면 헷갈리겠지만 옛 표기법을 오늘날에 맞게 바꾸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표기보다 중요한 오기 문제도 살펴볼 일이다. '예전에 그렇게 불렀으니 잘못되었다 해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한 똥고집이다."(본문 125쪽)나라에서 엮은 <표준국어대사전>은 국어사전입니다.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무리 <표준국어대사전>이라 하더라도 사광이풀이나 사광이아재비가 어떤 이름이고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 같은 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같은 이야기를 못 다루기 마련이지요.
이 같은 대목은 김종원씨가 쓴 <한국 식물 생태 보감>(자연과생태, 2013)라는 책에서 잘 갈무리됐습니다. 적잖은 학자는 우리 풀이름을 놓고 제 뿌리를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할 테지만, 우리 풀이름을 놓고 깊이 살피면서 올바로 추스르려고 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국어학자가 풀이름을 놓고 입을 다무는 모습을 나무라기보다는, 식물학자가 풀이름을 잘 살피고 추슬러서 올바로 아로새기는 일을 하는 모습을 북돋우면서, 이러한 일에 힘을 보탤 수 있을 때에 한결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어학자와 식물학자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시골말을 찬찬히 살피고 시골 풀이름을 샅샅이 헤아려서 우리 풀과 꽃에 오랜 사랑을 담은 이름을 새롭게 붙일 수 있겠지요.
조선식물향명집은 총독부 사전만 본 게 아닙니다그런데,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115쪽을 보면 아주 크게 잘못 쓴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115쪽에 나온 이 대목이 이윤옥씨 마음에 크게 아로새겨졌지 싶습니다. 우리 풀이름이나 꽃이름은 '창씨개명되지' 않았는데, 이윤옥씨가 처음부터 잘못 바라봤구나 싶었습니다.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든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는 '머리말'에 '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선명은 그대로 이용하되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은 총독부에서 만든 <조선어 사전>이나 일본인이 쓴 식물도감을 토대로 이름을 붙였다'고 썼다."저자 이윤옥씨는 <조선식물향명집>에 실린 머리말에서 1930년대 한국 식물학자가 '조선총독부 사전'과 '일본인 식물도감'을 바탕으로 삼아서 풀이름을 붙였다고 적었어요. 따옴표를 붙이면서 이렇게 적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틀린 말입니다. 디지털 한글박물관에 들어가면 <조선식물향명집> 원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원본 보러 가기).
"그런데朝鮮産植物의鄕土名은鄕藥採集月令, 鄕藥本草, 東醫寶鑑, 山林經濟 濟衆斬編, 方藥合編等古籍에散見되는外에總督府編朝鮮語辭典, 森博士著朝鮮植物名彙, 石戶谷·鄭台鉉兩氏編朝鮮森林樹木鑑要, 中正博士著朝鮮森林植物編等에記載된것이重要한것이다. 그러나此等名稱中에는同物異名, 或은異物同名의것과又는同一種에數個의地方名稱이있는것도있으며, 朝鮮語에生疏한內外先學들의誤傳誤記도不小하야錯雜하기이를데없다.玆에編者等은從來부터硏究調査하여오든次에一層採集과調査에盡力하는한편連三年間百餘回의會合에서編者等의蒐集한方言을土臺로하고前記文獻을參考로하여植物名稱을査定하기凡二千餘種에達하였다. 그러나아직査定未完된것은漸次調査를거듭하야未久에續編이發行되기를自期하는바이다."(<조선식물향명집> 머리말에서 따옴)모두 붙여서 적었고, 한자가 가득하지만, 이 머리말을 살피보겠습니다.
"朝鮮産 植物(조선산 식물)의 鄕土名(향토명)은
鄕藥採集月令(향약채집월령), 鄕藥本草(향악본초), 東醫寶鑑(동의보감), 山林經濟 濟衆斬編(산림경제 제중단편), 方藥合編(방약합편) 等(등) 古籍(고적)에 散見(산견)되는 外(외)에
總督府 編 朝鮮語辭典(총독부 편 조선어사전), 森博士 著 朝鮮植物名彙(조선식물명휘), 石戶谷·鄭台鉉 兩氏 編 朝鮮森林樹木鑑要(조선삼림수목감요), 中正 博士 著 朝鮮森林植物(조선산림식물) 編(편) 等(등)에 記載(기록)된 것이 重要(중요)한 것이다"라고 나옵니다.
총독부에서 낸 사전이라든지 일본 학자 식물도감도 살폈으나, 한국 학자가 펴낸 자료를 함께 살폈다고 밝히는 머리말이고, 동의보감과 산림경제를 비롯한 여러 책을 두루 살폈다고 나오지요. 더군다나 "
數個(수개)의 地方(지방) 名稱(명칭)이 있는 것도 있으며"라든지 "
連(연) 三年間(삼년간) 百餘 回(백여 회)의 會合(회합)에서 編者 等(편자 등)의 蒐集(수집)한 方言(방언)을 土臺(토대)로 하고 前記 文獻(전기 문헌)을 參考(참고)로 하여"와 같이, 시골말(방언)을 바탕으로 해서 여러 책에 나온 이름을 살폈다고 나옵니다.
이는 저자 이윤옥씨가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115쪽에서 따옴표로 옮긴 말하고 달라도 아주 다르지요. 게다가 저자 이윤옥씨는 우리 풀꽃 이름을 잘 모르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