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굴이는 육식인. 고기로 음식할 때 냄새까지 좋단다. 나는 그렇지 않다….^^;;
배지영
제굴은 기름을 안 쓰고 오븐에 오징어 튀김을 했다. 맘에 안 드는지 "역시, 튀김은 펄펄 끓는 기름에 넣고 튀기는 게 진리야"라고 했다.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시후(꽃차남 친구) 엄마가 가져온 해물파전을 보고는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다며 감탄했다. 다음 날부터 며칠 간격으로 해물파전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잘되지 않는다고 침울해졌다.
냉장고를 뒤져보던 제굴은 냉동실에 쟁여놓은 블루베리를 보고 환호했다. "엄마가 직접 이렇게 많이 사놨어요?"하며 나를 치켜세워줬다. 제굴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1주일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테이블 닦고, 바닥 쓸고, 야외 테라스 정리하는 게 주 업무였지만 주방도 들어갔다. 음료 만들 때 요구르트 파우더 쓰는 것을 눈여겨본 모양이었다.
"집에 블루베리가 있으니까 자연드림(생협) 가서 요구르트 파우더를 샀어요.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잖아요. 그때 생각났어요. 내가 초등학교 때 요리책을 자주 읽었잖아요. 아이스크림도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이번에 보니까 요구르트 파우더 1컵, 우유 4컵 해서 냉동실에 두고 30분에 한 번씩 저어주면 아이스크림이 된대요. 저는 블루베리로 만들려고 했죠." 우리 식구들은 끝내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했다. 제굴이 만든 건 아주 차가운 셔벗 단계에서 멈춰 있었다. 남편은 그것도 좋다고 몹시 맛있게 먹었다. 제굴은 블루베리랑 요구르트 파우더가 섞이지 않고 따로 논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아르바이트 했던 카페에서도 요구르트 음료를 만들 때는 생과일을 쓰지 않고, 과일 가루를 썼단다.
제굴은 육식인. 고기 음식을 할 때 나는 냄새도 좋아한다. 저녁밥상에 제육볶음, 돈가스, 치킨가스가 자주 올랐다. 나는 밥벌이 끝나면 처지는 편. 신선한 걸 먹고 싶다. 고기가 종류별로 있는 밥상을 보면 "아휴~" 한숨이 나오려고 한다. 혼신의 연기력으로 겨우 참아낸다. 그래서 제굴이랑 같이 음식 프로그램을 보다가 샐러드 종류가 나오면 세뇌 작업을 했다.
"제굴아, 저거야. 엄마 어릴 때 소 풀 뜯기러(먹이러) 다닌 거 알지? 그래서 소를 좋아해요. 소하고 거의 같은 수준으로 풀을 먹을 수가 있다니까!"리액션 '오버'하게 만드는 제굴이의 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