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성모파르미자니노, '목이 긴 성모',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세로로 긴 성모 상. 불안한 아기 예수의 자세, 에로틱한 천사의 다리. 비현실적인 구도와 묘사를 추구했던 매너리즘 양식의 대표작입니다.
박용은
말 그대로 '숨쉴틈 없이' 거장들의 명작들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거장 중의 거장 티치아노를 만납니다. 먼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상 '플로라'를 만납니다.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과 '봄'에서 먼저 만난 적이 있는 꽃과 풍요의 여신 플로라. 하지만 티치아노의 '플로라'는 보티첼리의 플로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맑고 투명한 피부, 만지면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 것 같은 살결,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금발과 옷자락. 어떤 사내가 이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잘 알다시피 티치아노는 16세기 중반, 베네치아 화파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15세기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회화의 흐름이 16세기 초반의 로마를 거쳐 16세기 중반의 베네치아에서 끝난다고 했을 때, 티치아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최후의 거장인 셈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방식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피렌체 화파가 정확한 선으로 대상의 형태를 완벽하게 그려내는 드로잉을 회화의 기본으로 삼았다면, 베네치아 화파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색과 빛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심지어 기본적인 스케치도 없이 물감을 묻힌 붓으로 쓱쓱 형태를 완성시켜 나갔죠.
그런 베네치아 회화의 정점에 티치아노가 있습니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화면 구성에 과감한 붓터치로 살아있는 색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캔버스 위에 유화'라는 서양 회화의 기본 매커니즘을 완성한 작가가 바로 티치아노죠. 그래서 티치아노를 '회화의 군주'라 칭하기도 합니다(티치아노 역시 베네치아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