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성모라파엘로, '의자의 성모', 피렌체 팔라티나미술관. 라파엘로는 자신의 연인을 모델로 이전까지의 성모상들과 달리 훨씬 더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이 강조된 성모상을 그렸습니다.
박용은
단아한 이목구비에 그윽한 눈길. 어머니 같기도 하고 처녀 같기도 한 이 아름다운 여인은 성모에 대한 신성과 연인에 대한 라파엘로의 애정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이 성모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성모들과는 달리 관객, 아니 '라 포르나리나'와 같이 작가를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매혹적일 수밖에 없죠.
아기 예수를 그윽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는 인자한 '대공의 성모'와 자신의 연인을 모델로 인간적 아름다움을 묘사한 '의자의 성모', 그리고 '우피치'에서 보았던 '방울새의 성모'까지. 라파엘로는 똑같은 성 모자 상도 이렇게 다른 방식의 개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팔라티나 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이들 외에도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시라는 신체적 결함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한 '바티칸 사서 톰마소 잉기라미의 초상'이라든지 '아뇰로 도니의 초상',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현실적 버전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약간은 코믹하게도 느껴지는 '도니 부인의 초상', 도니 가문의 딸인 '도나의 초상', '성 가족 상', '에스겔의 비전' 등 그동안 화집에서만 접했던 라파엘로의 수많은 작품들을 이곳 '팔라티나 미술관'에서는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