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신동빈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최근 벌이진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유성호
요즘 연일 롯데그룹 총수 일가 갈등이 언론을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형제의 난'이다, '왕자의 난'이다, '골육상쟁'이다, '경영권은 피보다 진하다', 표현도 가지각색입니다. 어제(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한 김포공항도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신 회장 동선을 따라 200여 명의 기자와 카메라들이 쭉 나열해 있는데 웬만한 한류 스타 뺨칠 정도였습니다. 공교롭게 진짜 '한류 스타' 장근석씨도 신 회장에 이어 출국장을 빠져나왔는데요.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없었지만 대신 10대 소녀 팬들이 함성으로 맞아줬습니다.
신격호 대 신동빈, '손가락질 경영'이 낳은 예고된 싸움신동빈 회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나 진짜 죄송하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바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로 갔습니다. 5분간 짧은 만남이 이뤄진 걸로 알려졌지만 양쪽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롯데그룹 홍보팀장 말은,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도쿄 다녀왔습니다' 하니까 신격호가 '어허 그러냐'라고 맞받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 기자가 '진짜 화해한 거 아니죠'라고 따지니까 '둘이 만났다는 자체가 화해한 거 아니냐'고 좀 애매하게 대답했어요(관련기사:
신동빈 회장, 고개 숙였지만 "해임 지시서는 법적 효력 없다").
아니나 다를까, 신격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들어오자마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반박을 합니다. 그 자리에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둘 사이 별다른 얘기는 오가지 않은 듯합니다.
롯데 재벌 총수 부자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틀어진 걸까요? 형제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해 12월입니다. 원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경영하고, 동생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회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릅니다. 혼자서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장악하는 모양새가 된 거죠.
그런데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서 '손가락질' 하나로 신동빈을 비롯한 이사 6명을 모두 해임합니다. 신동빈 회장도 가만있지 않았죠.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 해임을 무효화하고 거꾸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직에 추대하기로 합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를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린 셈이죠. 이것 때문에 신동주가 아버지를 앞세워 쿠데타를 하려다 하루 만에 끝났다는 보도가 나온 거죠.
그때만 해도 신동빈 회장 승리로 일단락된 줄 알았습니다. 지난달 29일 귀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일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하면서 신동빈 회장 해임이 '아버지 뜻'이고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쪽 이사를 모두 해임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 서명이 들어간 이사 해임 지시서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일 저녁에는 지상파 방송3사 뉴스에 신격호 총괄회장 동영상을 직접 공개합니다.
94세 고령이라 말이 또렷하진 않지만 자기는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과 (한국)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의 '절대권력'이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드러나면서 '신동주 대 신동빈' 대결이 '신격호 대 신동빈' 대결로 급반전됐죠.
이처럼 급반전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다양합니다. 일단은 경영권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찾아가 여러 차례 읍소해서 신뢰를 되찾았다는 얘기가 있고요.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권력에서 밀려난 신격호 회장 일가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앞세워 신동빈에게 맞서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선 신동빈 회장이 중국 투자해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고 이에 격분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 뺨까지 때렸다고 고발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