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에 간 남편과 아들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요리를 하겠다는 제굴을 요리학원 보내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남편은 급식소 봉사를 자주 보내자고 했다.
강동지
"여보, 방학하자마자 제굴이 요리 학원 보낼게.""안 보냈으면 좋겠는데... 지금 가야 소용없어.""왜? 뭔가 전문적으로 배우면 좋잖아.""그런 거 아직 안 배워도 돼. 급식소 봉사를 더 자주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 부부가 한 토론은 무색했다. 여름 방학 첫 주말, 제굴은 일어나자마자 친구들 만나러 나갔다. 종일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디야? 뭐 하고 있어?" 전화하고 싶다. 그러나 남편은 말린다. 청소년이 갈 곳은 동네 공원, 노래방, 편의점, 피(시)방 정도. 그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엄마가 싫어하는 피(시)방. 남편은 말한다.
"배지영이 전화하면 제굴이는 다른 데라고 하겠지. 아니면 지금 막 피시방 왔다고 하든가. 안 해도 되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니까. 그냥 둬도 돼."그날, 제굴은 해 질 녘에 집에 왔다. 오자마자 씻고, 컴퓨터를 켰다. 게임 '하스스톤'을 하고, 만화 영화 <심슨>을 보고, 요리사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색종이 접기에 푹 빠진 꽃차남(유치원생)이 제굴이한테 가서 뭔가를 물어보자 윽박질렀다. 지켜보는 내 표정이 고울 리 없었다. 그러나 제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밤늦도록 같은 자세였다.
오, 맙소사! 그 다음 날, 제굴은 인어공주로 변신해 있었다. 서지 않았다. 걷지 않았다. 두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질질 끌면서 손으로 짚어서 움직였다.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았다. 완전 꼴불견이었다. 제굴의 등짝을 세게 때렸다. 남편은 "크느라고 그래. 성장통이 와서 그럴 거야"라며 제굴 편을 들었다. 그게 진실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은 부글거렸다.
7월 21일부터 본격 방학. 제굴은 오전 11시에 눈을 떴다. "방학하니까 너무 좋아"라며 침대에서 뭉그적거렸다. 그때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남자아이에게는 "그래서 이제 뭘 하려고 하는데?"라고 직접 물으라고 했다. 나는 "지금이 몇 신데 그러고 있어?" 따지지 않았다. 지적인 엄마처럼 물었다. 제굴은 "밥 먹고 치워야죠"라고 답했다.
"제굴아, 가스레인지 후드 떼어서 닦아. 힘들면 식기 세척기에 넣고. 오븐 청소도 해라.""엄마! 나 밥 먹고 계속 부엌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 화 날라고 했어요. 나, 밖에서 데려왔어요?""(웃음) 티 나냐? 네 친엄마가 찾아올 때까지는 잘 키워야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요리 실컷 밀어주잖아. 이거, 네가 바라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