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요구하는 곽정숙 전 의원의 모습
곽정숙
스웨덴 보건사회부는 2000년 장애인 정책비전을 밝혔다.
"나는 모든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함께 사용한다. 나는 특별한 문을 통하거나 우회해 갈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 지원차량이 그 시각을 결정하지 않는다. 혼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정류장 알림 소리를 듣고 스스로 판단해 하차한다."스웨덴 장애인 정책의 목표는 완전한 참여와 완전한 평등이다. 일터, 어린이집,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쇼핑몰과 주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보장하려 노력한다. 곽 의원이 주장한 '인권복지'는 이와 일맥상통한다.
- 어떤 복지정책을 펼치고 싶었나?"사람을 존중하는 복지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를 '인권복지'라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다. (웃음) 인권복지 측면에서 2011년 제정된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가장 아쉬운 법안 중 하나다. 대상자도 제한하고, 시간도 제한했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확대를 4년 내내 줄기차게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는데 아직도 온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한하여 제공한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인 김주영씨는 2012년 새벽, 집에 불이 나 119에 신고했지만, 소방차가 오는 동안 질식사로 사망했다. 활동보조인이 전날 오후 11시에 퇴근하고, 홀로 잠을 자던 시간이었다. 2012년 사망한 허정석씨, 2014년 사망한 오지석씨 등 일련의 사고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기만 하였으면 막을 수 있었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6월 1일부터 신청자격은 장애 3급(6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확대되었다. 대상자는 확대되었으나 24시간 보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또 다른 아쉬움은 없나?"'장애여성지원법'은 꼭 통과시키고 싶었는데 안 되었다. 논의될 듯하다 되지 않았다. 사회복지는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권리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원리다. 장애여성지원법은 그런 관점이 담긴 법이다.
예컨대, 여성장애인은 임신 및 출산이 위험한 경우가 많아 의료비용이 비장애여성 임산부보다 많이 발생한다. 출산 시에도 더 넓은 공간, 특수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는 입원실이나 산후조리를 하는 공간도 비장애인보다 넓어야 하고,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산후조리에 추가 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자녀 양육 시기에도 인력이 지원되어야 한다. 모성권 보호 차원에서만 봐도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노동, 의료 영역 모두 마찬가지다. 여성장애인 당사자 의원이 직접 말해도 설득이 쉽지 않았는데 여성장애인 의원도 없는 지금은 더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가 있을 때 통과시켰어야 했던 법이다.
당사자 의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당사자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면 내 일로 요구가 안 되고, 남의 일 도와주는 데 그치게 된다. 도와주는 건 조금 하다 안 되면 포기하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죽기 살기로 하게 된다. 그게 사람이다. 만약 당사자가 아니라면, 당사자만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여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당사자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한 마디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여성장애인 의원은 17대 장향숙 의원에 이어 18대에는 곽정숙 의원 외에도 이정선 의원(한나라당)이 있었다. 19대에 여성장애인 의원은 없다.
곽 의원은 장애인 정책 이외에도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다. 법안 제정·개정이나 예산 확보와는 다르지만, 의료영리화 저지나 한미 FTA로 인한 보건의료 피해를 이슈화한 것도 의정활동의 성과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의료영리화를 막기 위해 4년 동안 열심히 싸웠고, 막았다. 의원과 연대하여 일한 보건의료노조와 관련 단체들의 공이다.
- 가장 진보적 의원으로 선정된 적이 있다. 싸움을 잘해서 그런가? (웃음)"모 언론에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진보-보수 의원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조사에서 내가 모든 국회의원 중에 제일 왼쪽에 있었다. 강기갑, 권영길 대표님보다 왼쪽이었다. (웃음) 놀라긴 했다. 물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의정활동이 매우 진보적이긴 했다. 질의부터 입법까지 모두 현장에 근거한 것이었다. 원리원칙을 따져 발언했다. 공익적 정의를 선택하고, 약한 편에 섰다. 그러니 진보적이지 않을 수가 있나. 방향성으로 따지면 정확한 조사다. (웃음)
의료영리화 반대가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정책이었으니까. 돌아보면 통과시켜야 할 것도 많았지만 막아야 할 것도 참 많았다. 원격의료도 정부가 너무도 하고 싶어 하던 것인데 잘 버텼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장점보다 문제점이 많다. 의료체계 근간을 흔드는 제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메르스를 핑계 삼아 삼성서울병원에서 원격의료를 시도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렇게 어렵게 막았던 원격의료를 이렇게 쉽게 허용하나 싶었다."
*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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