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맨오른쪽)이 1995년 1월 20일 청와대에서 안기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그 오른쪽은 권영해 부장, 정형근-이병호 차장, 김기섭 기조실장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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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도청은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제3공화국 이래 고질적으로 저질러진 국가범죄다. 이런 고질적인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통신비밀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12월부터 시행된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통비법을 만든 김영삼 정부에서 미림팀이 재건된 것은 위법과 탈법을 관행으로 간주하는 정보기관의 오랜 폐습이다.
국정원의 한 전직 고위 간부는 "통비법 시행 이후에 모든 부장이나 원장이 불법감청 근절을 지시했지만 그건 일종의 관행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장이 불법감청 근절을 지시하면, 위에선 으레 그렇게 말하고 아래서는 악역을 행하는 것을 비밀정보기관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법감청 사건 재판부는 그것이 비밀정보기관의 업무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인 이상 책임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정보기관 수장이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법활동을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정보기관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인 만큼 직원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권영해와 원세훈이다.
권영해 안기부장(1994.12~1998.03)과 원세훈 국정원장(2009.02~2013.03)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선 두 사람은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권영해 부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육사(15기) 졸업 후 중장으로 예편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장관에 기용됐다가 다시 안기부장을 맡을 만큼 YS의 신임을 받았다.
원세훈 원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초임 사무관 시절 강원도청에 근무한 것을 제외하곤 주로 서울시에서 28년을 근무했다. 이명박 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낸 인연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행자부 장관에 기용되었다가 국정원장을 맡을 만큼 MB의 신임이 컸다. 역대 최초의 '군 미필 대통령'이 임명한 역대 최초의 '군 미필 국정원장'이었다.
권영해-원세훈, 개인비리로 구속된 정보기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