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현암사
처음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말로 내뱉으면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습니다. (18쪽)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작은 비할 데 없이 멋진 이야기입니다. 학창 시절 저는 이웃에 사는 여자 친구에게 푸우 이야기를 읽어 주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36쪽)미야자키 하야오가 쓴 <책으로 가는 문>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릴 적에 읽은 여러 동화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뒤에, 요즈음 아이들한테 '이런 아름다운 책을 읽어 보지 않겠니?' 하고 알려주는 책입니다.
쉰 권에 이르는 책을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줄거리를 밝히거나 교훈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쉰 권에 이르는 책을 '어른으로 선 오늘'에 되새기면서 '아이로 있는 이웃이 오늘 누릴 꿈'을 북돋우려고 하는 말마디가 흐릅니다.
이 사람의 작품은 모두 보물입니다.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됩니다. 찬찬히 몇 번이고 읽고, 소리 내서 읽고, 그러고 나서 마음에 울리는 것이나 전해 오는 것에 귀를 기울이며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보고, 며칠 지난 후에 다시 읽고, 몇 년 지나고 나서도 읽고, 잘 일지도 못하는데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 생각이 들고 (46쪽)
저자는 정신의 광채 같은 것을 지닌 사람인 듯합니다. 무척 선량하고 지혜로우며 단단하고 반짝반짝하며 따뜻합니다. (51쪽)곰곰이 헤아려 보면, 모든 어린이문학(동화책, 동시집)은 어른이 아이한테 베푸는 선물입니다. 어린이문학을 쓰는 어른은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사서 읽어서 돈을 잘 벌어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문학을 쓰는 어른은 '문학상을 타야지!'라거나, '작가로서 이름을 드날려야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늘 아이로 사는 이웃한테 오늘 하루를 마음껏 누리면서 기쁘게 뛰놀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린이문학을 씁니다. 온몸을 움직여서 뛰노는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쁘게 웃기를 바라기에 어린이문학을 씁니다. 한참 뛰놀다가 지친 아이들이 땀을 훔치면서 책 한 권을 살며시 펼치기를 바라면서 어린이문학을 씁니다. 몸을 가꾸고 마음을 돌보면서 날마다 새롭게 자라기를 바라니 어린이문학을 씁니다.
아이들 응원하는 마음, 어린이문학의 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