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끼를 먹는데 한 끼는 식빵과 토마토, 혹은 과일로 해결했다. 토마토 샌드위치 비용은 5루피도 채 안되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100원 정도
송성영
오늘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침 산책을 다녀와 어제 있었던 일들을 노트북에 정리해 놓고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 앞에 펼쳐져 있는 히말라야 설산에 시선을 고정해 놓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원고를 쓰는 둥 마는 둥 빈둥거렸다. 그리고 오후 산책길을 나서기 위해 코사니 상가에서 가텀씨를 만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손으로 왕왕 무는 시늉을 해가며 놀려댔다.
"헤이 송! 어제 당신 표범에 물려 간 줄 알았다고!""표범이 아니라 두려움이 나를 물었지요.""그런데 모바일이 고장 났소? 통화가 되질 않던데..."
밤늦게까지 전화조차 불통인 내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월세방 주인 비놋씨가 가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던 모양이다. 비놋씨의 전화를 받은 가텀씨 역시 내게 전화를 걸어 불통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가텀씨에게 코사니에 있는 모바일 대리점에서 심 카드 충전을 했는데 돈만 꿀컥 삼켜 버리고 개통이 되지 않았음을 어렵게 설명했다. 그는 왜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았느냐며 델리에서 모바일 대리점을 한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개통시켜 주기로 했다.
"24시간만 기다려 보세요. 개통될 테니까."나는 그의 친절에 감사를 표시하며 숲 속에서 헤매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발을 들어 혓바닥이 나온 운동화 밑창을 보여줬다. 다람살라 맥간에서 거금 800루피를 주고 산 운동화였는데 2개월 버티지 못했다.
"그거 혹시 중국산 아니오?""잘 모르겠네요. 한국산은 분명 아닙니다." 가텀씨가 키득키득 웃어가며 인도에도 온갖 중국산 제품들이 판치고 있다고 말한다. 신발 수리점은 노점이나 다름없다. 수선비는 단돈 10루피. 가텀씨는 신발 수선공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신발 수선공뿐만 아니라 코사니 상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
30년 전부터 거의 매년 코사니에서 1개월 이상 머물었다는 그였기에 그럴 만도 했다. 코사니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가텀'이라고 부른다. 나는 라이방을 즐겨 쓰고 다니는 그를 장난삼아 '코사니 마피아'라 부르곤 했다.
빈부 격차 심한 코사니... 내가 유일한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