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을 때 팀원들에게 받은 선물
강상오
갑상샘암 치료를 위해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직장에 병가를 내고 쉬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복귀한 직장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연말에서 연초까지는 한해의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라 연간 고과평가가 이루어진다. 한 해 중에 가장 눈치를 많이 보고 몸을 사리는 기간이다. 또한 조직개편이나 인사발령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해 대체적으로 어수선한 시기다. 딱 이 시기에 자리를 비웠으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변화가 있는 게 당연했다.
2014년 2월초 설날 연휴를 끝내고 직장에 복귀했다. 복귀한 팀에는 팀장이 바뀌어 있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담당자들의 지역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내근직 스태프였다.
영업부서에 1명뿐인 스태프가 병가를 내는 바람에 외근 사원들이 내 업무를 나누어 진행했다. 일부 업무들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본부 차원에서 다른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도 했다.
2013년 내가 영업부서로 옮긴 그 해부터 시장 경쟁이 심화된 탓에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모든 원인과 대책을 지역별 영업팀에서 내놔야 했다. 또한 본사나 관리부서에서도 실적부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현장부서에 엄청난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분야별로 담당자가 분리되어 있는 본사와 달리 현장에서는 그 'Paper Working'(서류업무)을 할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였다. 현장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무분별한 업무 하달이 '위에서 지시한거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막무가내로 쏟아졌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매일 야근을 반복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인터넷 뉴스 한번 찾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회의 도중에도 회의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업무와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영업부서의 스태프이다보니 매일 저녁마다 각 지역별 실적을 마감해서 종합보고를 해야했으므로 내 업무가 일찍 끝났다고 해서 퇴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복직을 할 때가 다가오면서 생각했다. '다시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살다간 내 몸 챙기기는 힘들겠다'고. 그래서 복직 전 회사에 원래 근무하던 부서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복직한 지 한달이 지나서 나는 다시 예전 부서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를 키워줄 요량으로 발탁 승진까지 시키며 영업팀으로 보내준 본부장님께는 면목 없지만 지금 내 상황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과점수를 포기하고 선택한 '정시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