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센터에 가서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 친구들과 노는 서준이입니다.
김학현
엄마 뒤의 엄마, 엄마 뒤의 아빠, 맞아요. 딸내미가 우리 부부의 딸이어서, 우릴 보고 '엄마, 아빠'라고 하지요. 제 아내가 엄마 뒤의 엄마며, 제가 엄마 뒤의 아빠입니다. 우리 손자 녀석 서준이를 낳았으니 제 딸이 엄마가 된 것이지요. 딸내미가 어엿한 엄마가 되고 딱 14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손자 서준이 녀석이 한 살 하고도 2개월이나 나이를 먹은 거죠. 아이는 너무 건강하고 예쁘게 잘 크고 있답니다. 서준이는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요새 그 아이의 엄마가 문제랍니다. 음, 오늘은 그 엄마 뒤의 아빠가 마음이 아린 이야길 하려고 합니다. 엄마의 마음이 아프면 그 엄마 뒤의 엄마와 아빠도 마음이 아픈 거거든요.
워킹 맘 딸내미의 웃픈 복직 스토리딸내미가 출산 휴가라는 걸 마치고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봐 줄 수 있는 노릇이 아니네요. 어린아이를 놔두고 출근하는 딸내미의 마음을 헤아리니 마음이 짠합니다. 그냥 어린아이 놔두고 출근하는 고통, 그 정도가 아니니 더욱 마음이 아립니다. 딸내미가 출근한 첫날 남긴 블로그 글입니다.
"복직, 아침에 잠간 깨어 분유 한 젖병 먹이고 잠을 다시 재우는데, 아가의 뒤척거림을 뒤로 한 채 먹먹한 가슴을 쥐어 잡으며 버스를 타고 14개월 만에 첫 출근을 했다. 사놓고 별로 큰 필요를 못 느꼈던 000 베이비모니터로 잘 자고 있나 엿보기..."아, 출근을 하면서도 아이가 못내 걱정되어 베이비모니터까지 작동시키고는 그걸 들여다보며 출근하는 딸내미 모습, 안쓰러움이 단박에 읽힙니다. "먹먹한 가슴을 쥐어 잡으며 버스를 타고"라고 하지 않습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을, 잠이 물씬 든 것도 아니고 뒤척이고 있는 아이를 내버려 둔 채(?) 회사로 향하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콕 폐부를 쑤셔댑니다.
자박자박 밟히는 아들을 모니터로 확인하며 걷는 그 걸음이 어땠을까요. 버스를 타기 전에 찍은 길, 가로수가 처량한 모습입니다. 그냥 보면 서울의 이면도로 한갓진 길입니다. 그러나 '먹먹한 가슴을 쥐어 잡은' 딸내미의 눈에는 '처량 따따블, 심란 따따블'의 길이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단출한 모습의 가로수 길을 휴대폰 스마트카드의 한 귀퉁이에 억지로 구겨 넣었을 리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