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서준이가 할배의 얼굴을 찌르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르 웃습니다.
김학현
"아드님 왔다 갔어요? 손자, 많이 컸죠? 손자가 그렇게 귀엽다는데..."
"네, 다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갔어요. 손주 녀석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깨물어주고 싶어요.""참 좋으시겠어요. 난 언제나 손자를 본담?"
"근데 오면 반갑고 좋은데, 가면 더 좋아요.""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몸이 안 따라줘서 그렇죠. 손자는 안기는데, 덩치는 좀 커요!? 근데 귀엽다고 안아주다 보면 아이들 가고 나면 앓아 누워요.""하하."대강 이런 대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아직 손자가 없을 때 '깨물어주고 싶다'는 표현을 들으면 소름이 돋곤 했습니다. 속으로 '꼴불견도 유분수지' '팔불출이 따로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참 귀엽겠어요"라고 좋은 말을 할 때, 바로 그 때 나눈 대화입니다. 그냥 상대의 손자 자랑에 가락은 맞춰줘야 사람 도리인 듯해서 나눈 대화였습니다.
'손자, 깨물어주고 싶다'? 500% 공감제가 그 집 손자를 알거든요. 덩치는 큰 그 아이. 하하하.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그놈 만큼 깨물어주고 싶을 만한 놈이 없는 거죠. 지금은 아주 자~알 안답니다. 제가 손자를 보고 나니 그 할머니의 심정에 500%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소름 돋게 하던 상대가 한 말과 똑같은 말을 제가 하고 다니니 말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아내와 대화를 나눕니다. "오면 너무 반갑고 좋은데, 가면 더 좋다"라고 말입니다. 뭐, 그런 앞뒤 안 맞는 상황이 있냐고요?
네. 그런 상황은 언제든지 있답니다. 제 손자 서준이가 벌써 돌이 지났습니다. 그리곤 처음 맞은 이 할배 생일 축하해준다고 왔죠. 엄밀히 말하면 딸이 온 것이지만. 그동안 아이는 훌쩍 컸습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무엇인가 의지해 일어서는 게 고작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온 실내를 헤집고 다닙니다. 우리 부부는 녀석 가는 데마다 뒤따라 다니느라 기진맥진이죠.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고 아실는지 모르겠네요. 네, 제 손자가 그런 존재거든요. 자기 집은 손자에게 맞춰진 '특화 아파트'입니다. 밑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고, 가구의 모서리마다 머리를 박아도 상하지 않도록 덮개 처리가 돼 있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울타리까지 쳐져 있답니다. 녀석 돌 때 가서 보았죠.
하지만 우리 집은 우리 내외에게 맞춘 집이잖아요. 거실에는 한 가득 화분들이 놓여있습니다. 이리저리 아이가 옮길 때마다 모서리 진 가구들이 즐비합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지뢰지역을 아이가 한시도 가만 안 있고 누비고 다니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잖아요.
손자 귀여워한 죄?... 몸이 고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