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한창인 하동 악양면 평사리 '무딤이들' 주민.
김종성
이 조개는 모래가 많고 진흙이 적당한 강에서 많이 나는데, 섬진강의 끝자락 하동 지역이 딱 그런 곳이다. 매년 이맘 때면 재첩 잡이에 나선 강촌마을 사람들이 섬진강 곳곳에서 온종일 이 고단한 거랭이질을 한다. 강물이 깊은 곳에서는 배를 이용해 형망이라는 그물을 끌어서 잡아내기도 하지만, 아직도 많은 강촌사람의 노고로 재첩이 잡힌다. 재첩은 섬진강의 민물과 남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 사는 조개이기 때문에 물 때에 맞춰 나와야 채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썰물로 섬진강 수위가 무릎에서 허리 정도로 낮아질 때가 적당하다고.
재첩은 '강에서 사는 조개'란 뜻으로 하동에서는 '갱조개', '강조개' 또는 '가막조개'라고도 불린다. 추운 겨울에 깊은 모래 속에 지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 무렵 산란을 위해 모래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때 주로 채취하는데 살이 올라 향도 뛰어나 맛이 가장 좋단다. 바다에서 가까운 하류로 갈수록 재첩의 껍데기 색깔이 까만색에 가깝고, 민물이 많아지는 중하류 지역의 재첩은 갈색이라니 재미있다. 하류 쪽의 재첩이 더 높은 값을 받고 당연히 조개 맛도 더 좋다고.
갓 잡은 재첩은 빈껍데기와 돌멩이가 섞여 있어서 뭍으로 나오면 먼저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모래 속에서 귀한 사금을 채취하듯 조개를 털어내고 골라내는 데 재첩 잡이가 놀이처럼 보일 정도로 힘들지 싶었다. 1960~1970년대만 해도 섬진강에는 물 반 재첩 반이라 할 정도로 재첩이 많았다.
그러나 섬진강 상류에 주암댐과 섬진강댐이 건설되면서 유량이 줄어든 데다, 주변 제철소와 공단에서 공업 용수를 빼내며 강바닥이 드러나고 삼각주가 형성되는 등 샛강과 같은 현상을 보이며 재첩 서식지가 현저히 감소됐단다. 강변 정자에서 만난 반백의 동네 아저씨, 강가에서 마주친 재첩잡이 아낙네들이 들려준 얘기다. 섬진강에 기대 삶을 잇는 하동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찡했다.
풍요로운 들녘, 마을 숲, 장터가 있는 '토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