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산퇴원 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제일 싫어하던 등산을 나 스스로가 매일 했다.
강상오
수술이 끝나고 운 좋게도 바로 당일 저녁부터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런 행운과 달리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수술하고 3일 동안 계속 죽만 먹었음에도 속은 계속 더부룩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계속 생활해 생긴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평상 시 내 생활 패턴을 봐도 운동 부족은 여전했다. 아마 마취 가스의 후유증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퇴원하기 전 날이 되자 수술 후 처음으로 '배고프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며 회복을 했다.
목을 수술해서인지 정신을 차리고 병실에 온 손님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크게 나오질 않았다. 갑상샘 암 수술 후기 블로그를 한 동안 운영하면서,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 문제로 오랜 시간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나도 당시 제일 걱정스러웠던 게 바로 목소리였다. 며칠이 지나면서 서서히 정상화 돼갔다. 수술할 당시 부갑상샘 부위를 건들여 그렇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 체력 저하와 피로감. 평상 시 보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 있을 땐 몰랐는데 퇴원하고 1주일 정도 생활하다 보니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첫 외래 진료 때 피로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신지로이드 용량을 조절해줬다. 그리고 이후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체력을 키우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면역력 저하. 나는 평소에도 피곤하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잇몸과 귓불 뒤에 염증이 잘 생긴다. 처음 수술하고 이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퇴원하고 3주가량 지났을 때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분간 외래 진료가 없어 이 부분은 물어보지 못했는데 평소 자주 겪던 증상이기 때문에 몸에 면역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치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개선돼 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수술하고 이런 증상들이 사라져 정상적인 몸 상태가 되기까지는 두 달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산과 조깅으로 운동을 하고, 소식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등 노력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할 때부터 직장에 병가를 제출했고, 몇 달을 몸을 추스르는 데만 집중했다. 간혹 갑상샘암은 착한암이니, 수술만 하면 괜찮다느니 하면서 수술 기간만 쉬었다가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도 분명히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고, 아직 계속해서 치료와 회복을 요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그 심정을 알 수 없다. 그냥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과 이해하는 척 할 뿐인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만난 수 많은 갑상샘암 환우들에게 공감한 건 가족조차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가 아픈 사람에겐 상처로 남는다. 그렇게 상처를 받다보니 같은 병을 경험했다고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오히려 가족보다 그들에게서 위로받고 위안을 삼는다.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는다.
꼭 갑상샘암 뿐 아니라 어떤 병이라도 내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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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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