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나의 방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랐던 나의 방. 퇴원을 해서 내 방에 들어서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강상오
입원 4일째. 오늘도 변함없이 간호사가 피주머니에 든 피의 양을 측정하러 왔다. 4일 내내 세수 한번 못하고 머리도 못 감고 완전 더러운 몰골로 피 양 측정을 했다. 얼른 익숙한 우리집 욕실에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뒹굴거리면서 TV 채널을 돌리고 싶다. 그런 바람을 알아준 것인지 예정보다 하루 일찍 퇴원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다는 걸 거부하고 계속 2인실에 있겠다고 했는데 바로 내일 퇴원할 수 있다니, 잘한 선택이었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다음 날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의 감정과 난생 처음 미팅에 나가기 전날 대학생의 감정이랑 비슷했던 것 같다.
내일 집에 간다는 생각에 나는 용기를 내어 병원 내 샤워실로 갔다.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 그래도 목 안에서 나오는 피를 빼내기 위해 달려 있던 피주머니와 호스를 제거하고 봉합을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래도 거의 일주일 만에 새로운 삶을 얻어서 집에 가는데 꼬질꼬질하게 갈 수는 없지 않나.
피부를 절개하면 무조건 꿰매고 실밥을 뽑아야 하는 줄로 알던 나에게 의료용 본드는 신세계였다. 본드로 피를 빼내는 호스 구멍을 봉합하는데, 딱 '5초 본드'라고 불리는 순간접착제 냄새가 났다. 그냥 본드로 살을 붙이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흉터도 작게 남고 실밥 뽑을 필요도 없으니 좋은 기술이긴 하다.
샤워장에 들어가서 씻을 준비를 하는데 옷 벗는 것도 힘들었다. 링거 바늘을 빼지 않고 환자복을 벗으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씻는 동안도 한 손은 링거를 들고 있어야 해서 한 손으로 씻어야 했다.
겨우 옷을 벗고 수술 부위에 물이 안 가도록 살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4일간 '떡진' 머리를 감을 때는 정말 시원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목 아래로 몸도 씻었다. 다 씻고 병실로 돌아오니 이제 퇴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자식이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