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
세월호 참사 직후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중에 하나가 선박 출항 전 안전운항에 대해 지도감독 업무를 하고, 출항정지까지 요청할 수 있는 운항관리자가 여객선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조합인 해운조합이 선임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국회는 해운법을 개정해 올 7월부터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임한 운항관리자에게 지도감독받도록 했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해운조합보다는 공공성이 더 있는 기관이지만, 선박 안전운항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지 않고 공단에 위탁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이 선박안전기술공단이 국민의 안전을 위탁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 후 실시된 검찰 수사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 소속 선박검사원들이 대형선박에 대해 안전검사를 하지 않고도 검사를 한 것처럼 증서를 내준 것이 적발됐고, 공단 이사장 등의 부패사건도 드러난 바 있다.
새로 도입된 여객선 안전관리책임자 제도 역시 위탁 구조를 허용하고 있다. 해운법을 개정해 여객운송사업자는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는 게 의무화되었지만, 해사안전법에 따른 안전관리대행업자에게 안전관리책임자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여객운송사업자의 책임을 대행업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재연되고 있다.
물론 소규모 여객운송사업자의 경우 전임자를 채용하기 어려워 위탁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지만 대형 여객운송사업자, 즉 안전관리책임자를 직접 채용할 수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대행하게끔 할 이유가 없다. 안전관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특히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해야 하는 안전관리 업무의 위탁대행은 여전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정책방향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3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정부의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을 보자.
여기에서 정부는 "주요 선진국은 민간의 자율 규제가 중심이 되나 국내의 경우 재난·안전을 공공의 역할로 인식, 정부에 대한 시장의존도가 높음", "안전진단·점검 기능을 공공부문이 상당수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국가와 정부를 기대하는 시민의 생각과는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 게 정부의 정책이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무시한 정부의 마스터플랜정부가 밝힌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안전대책 검토결과를 반영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힘겨운 투쟁 끝에 제정된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운영되는 세월호 특조위는 재발방지와 안전대책을 제시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특조위는 ▲ 4·16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관행 등에 대한 개혁 및 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 ▲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 ▲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사회 소위원회도 구성된다.
하지만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내놓을 안전사회 종합대책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그 어디에도 담지 않았다. 이 마스터플랜은 올해 추진할 과제뿐만 아니라 2016년과 2017년 이후 추진할 정부 정책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존중한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 즉 세월호 특조위를 철저히 무시하고 고사 시키겠다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고, 안전대책은 정부가 마련한 것으로 이미 끝이라는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혼선과 비효율의 극치였던 재난대응기구, 국민안전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