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마이크로시버트(μSv/h). 체르노빌처럼 사람 출입을 금지하는 폐쇄지역으로 결정하는 게 마땅한 조치다.
김혜정
현장에선 만난 주민은 "원전은 고작 40년 가동하고 중단되었지만 주민들의 삶은 100년이 지나도 결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과 자연, 이웃과의 연대, 일자리 등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고 호소했다.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라는 말이 있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를 뜻하는 일본어로 득도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의 '3포 세대(결혼, 연애, 출산)'과 비슷한 표현이다.
'사토리'란 단어를 끄집어 낸 이유는 원전사고 피해 지역을 돌며 만난 주민들과 제염작업자들 때문이다. 그들은 신기할 정도로 방사능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작업자들은 제대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제염작업을 했고, 주민들은 고농도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었다. 한데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방사능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는 사람들"우리 집은 사고 원전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사고 후 고농도 오염 지역으로 변해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습니다. 그동안 피난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연간 피폭 허용치(1mSV)를 훨씬 뛰어넘는 상황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지킬 수도 없는 방사능 피폭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습니다."짧은 그의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그도 처음엔 이런 상황에 분노를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일본 정부의 무시와 침묵뿐이었단다. 거기다 힘겨운 피난 생활까지 더해지니 분노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방사능 오염은 무신경할 정도로 득도하게 됐다는 거다. 심각한 것은 현재 일본에는 이렇게 '방사능 사토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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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후쿠시마 연재 기사 영상 이이다테촌에 위치한 귀환곤란구역 출입하는 차량. 차량에 타 있던 주민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 김혜정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이다테촌에 위치한 귀환곤란구역을 찾을 때다. 이 지역의 연간 방사선량은 50mSV를 넘는다. 한 마디로 사람이 출입해서는 안 되는 초고농도 오염 지역이란 거다. 그때, 출입 금지 바리케이드 안쪽 귀환곤란구역에서 차량 한대가 빠져 나왔다. 차량에 타 있던 주민은 평상복 차림이었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지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매일 순번을 정해 마을 순찰을 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귀환곤란구역을 오가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나도 한 달에 몇 차례 바리케이드를 넘어 (귀환 곤란 지역의)집에 가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해당 관청의 허락만 받으면, 언제든지 고농도 방사능 오염 지역의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가재 도구의 외부 반출도 가능하다는 거다.
제염작업자들도 방사능에 무뎌지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고농도 오염 지역에서 제염작업을 하면서 마스크와 헬멧 정도만 착용했을 뿐, 방사능 쓰레기를 손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이다테촌에만 이런 제염작업자가 7000여 명에 정도고 전체 규모로는 약 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고 현장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착잡했다. 후쿠시마 사고 발생 4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부흥 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부흥에 힘쓰자'는 슬로건만 곳곳에 나부꼈다.
지역 주민을 희생하고 건설업계와 원전산업만 살리려는 일본 정부의 '기민 정책', 그것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을 맞은 일본의 실태였다.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고 끝없는 피난 생활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은 그저 주민들의 절규에 그치고 있었다.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원전국가인 한국, 원전 밀집도만 놓고 보면, 세계1위인 우리나라, 후쿠시마의 공포가 한국에서 재현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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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신경 안 써요" 일본인은 어떻게 '득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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