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구입 할 수있었던 다양한 종류의 식물
이지은
우리는 계획했던 일을 모두 마치고 쉬기 위해 온천으로 향했다.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 근처에 있는 온천이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서 더욱 특별했다. 입장료는 5천 원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모두 옷을 다 벗고 들어가야 했기에 조금 민망하긴 했다. 이곳 온천은 내가 방문했던 다른 일본의 온천과는 좀 달랐다.
온천장에 들어가자마자 암모니아 냄새가 확 풍겨왔고 물의 색깔은 매우 붉었다. 철분이 함유 돼있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700m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물은 바다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짭짤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피부가 미끈미끈해지는 것 같았다. 온천장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문을 통해 베란다로 나오면 바다가 바로 앞에 보였다.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밖에만 나왔는데도 신선하고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줬다.
우핑 호스트 14년차, 사치코상 온천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모두 풀어줄 정도로 즐거웠다. 온천을 끝낸 우리는 온천 근처 쇼핑몰에 들어가서 뜨거운 소바를 먹었다. 식사를 끝으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거의 세 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나는 차의 뒷좌석에서 자면서 왔지만 사치코 상은 계속 운전을 해야했으니 매우 피곤했을 것 같다. 오늘은 다른 것보다도 사치코 상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치코 상은 올해로 우핑 호스트를 시작한 지 14년째라고 했다. 일본에서 우프를 시작한 첫 농가가 홋카이도에 있었는데 그게 지금 하트엔트리 근처였다고 했다. 어느날 그 우프 농가에서 조깅을 하다가 서로 만났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사치코 상도 우프농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우프재팬이 생겼지만 그 당시만 해도 영국에 우프농가 신청을 받았다고 하니 하트엔트리는 우프재팬의 조상격이라고 해도 되겠다.
사치코 상이 레스토랑에서 쓰는 간장이나 재료들에 유기농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혹시 우프재팬을 하려면 어떤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특별한 것은 없다고 했다. 사치코 상이 우프등록을 했을 때는 간단한 인터뷰만 거치면 됐다고 했다. 반드시 유기농일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런 것 자체에 대한 컨트롤이 없는 것 같아보였다. 물론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사치코 상은 20여 년 전에 오사카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 당시 마사토 상과 함께 결혼해서 살면서 요리 대학을 나왔고, 오사카의 삶에 지쳐서 훗카이도에 와서 하트엔트리를 열었다고 했다. 요리대학을 다닐 적에 같이 공부했던 많은 사람들이 사치코 상 처럼 시골로 가서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했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같은 농가 레스토랑의 1세대들이었다. 그것도 무려 20년 전에...
사치코상은 하트엔트리를 하면서 정말 많은 미디어에 출연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고 동시에 유명세도 탔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련이 찾아왔는데,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맛있고 손수 만든 음식을 먹였지만, 모모코를 비롯한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바쁜 삶에 치여 인스턴트를 먹이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일이 겹쳐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심한 우울증에 걸려 2년간 하트엔트리를 닫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