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살기 고민 중의 하나인 '길고양이'. 사진은 우리 동네 터줏대감처럼 출몰하는 고양이.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기사에 단독주택 살이의 '핵심'은 '함께 살기'라고 쓰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소개했다. 그런데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려면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이 '이웃'만이 아니다(관련기사 :
[도전! 장기자의 단독주택 살아보기③] '단독생활' 보장없는 단독주택).
이사 온 지 1주일 쯤 되던 날, 아내는 국물을 빼낸 멸치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작은 접시에 멸치를 놓고 "야옹, 야옹" 하며 고양이를 불렀다.
눈치 빠른 고양이는 자기 주인이 아닌데도 경계심 없이 금세 나타나 멸치를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삐쩍 말랐다며 안쓰러워했다. 멸치는 물론, 먹다 남은 밥에 생선가시를 비벼서 집 앞 계단에 놓곤 했다.
거실 창 너머로 길고양이가 배불리 밥을 먹고 혀로 빈 접시를 싹싹 핥는 것을 보는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랑이 넘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흐뭇했다. 그러나 아내의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파트에 살 때 100개가 넘는 화분을 기르며 늘 '볕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아내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자 꽃 키우는 재미에 쏙 빠졌다. 양지바른 안방 창문 밑에는 전에 살던 주인이 최고급 흙으로 채운 화단이 있다. 이를 본 아내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 부드러운 흙을 손으로 만지며 여기에 무얼 심을까 고민했다.
그리고는 꽃 잔디도 조금 심고, 다육이들도 조금 심고, 패랭이도 조금 심고... 아침에 눈 뜨면 곧 바로 화단으로 달려 나갔다. 남편보다(?) 사랑하는 꽃 들이 밤새 안녕하셨는지 인사라도 하는 모양으로 맨 손으로 풀을 뽑고, 때론 벌레도 잡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