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옆 집 청년이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나눈 대화(편집).
오마이뉴스 장재완
옆집 청년은 제가 이사온 지 1년 5개월이 되었지만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제 기사에서는 마치 동네사람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우리 집 양 옆집하고는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양 옆집은 저희와 연배가 잘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처럼 아이를 키우는 집이거나 아니면 늘 집 앞에 나와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은 금세 친해져서 일찍부터 이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왼쪽 옆집은 우리보다 연배가 10년 이상 높으시고 그 자녀가 또 저희와 10년 이상 차이 나니 딱히 말 붙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안면몰수하고 살던 것은 아니고, 반갑게 인사는 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옆집 청년이 한밤중에 현관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약간의 취기도 있어 보였지만요. 저는 "옆집 청년? 아이고.. 이 밤에... 오라고는 했지만... 아이고... 정말로... 일단 들어오세요" 대체 제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게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처음 본 옆집 청년들, 인사 나누고 보니...우리 집을 찾아온 청년은 두 명. 형제였습니다. 댓글을 남긴 사람이 형이었고, 동생도 같이 왔습니다. 둘이서 술 한 잔 하다가 우연히 페이스북을 봤는데, "우리 동네 이야기 아냐?" 하고서는 댓글을 달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하고, 나이를 묻고, 학교를 묻고, 직업을 묻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이 청년들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지냈던 분의 조카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는데, 산을 사랑했던 사람, '이슬마루'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던 제 마음 속의 형님. 지금은 지리산과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있는 그 분의 조카였습니다. '아~'
삼촌 이야기에 큰 조카는 울먹이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보다 좋았다던 그 분의 이야기에 저도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 두 형제와 제가 아는 여러 사람들과의 친분을 확인해 보니 정말 우리들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이렇게 모르고 살았다니... 그 뒤로도 우리는 정치 성향에 대해서도, 스포츠에 대해서도, 취미에 대해서도, 이 동네에 대해서도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두 형제와 우리 부부가 왜 그 동안 얼굴을 못 보았나 했더니, 다른 곳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집으로 다시 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출퇴근 시간이 서로 달라서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청년들은 "이제 서로 잘 알았으니 주말에는 인사도 나누고, 가끔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살아요. 그리고 우리 집에 블루베리가 50그루는 되는데, 나중에 블루베리 따서 동네사람들과 블루베리 파티도 하고요..." 그 말에 전 코끝이 찡하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