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유혹'... 아이폰 유저에게 통할까

[오마이뷰] 갤럭시와 아이폰 DNA 섞은 갤럭시S6 체험기

등록 2015.03.24 08:36수정 2015.03.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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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23일 국내에 공개한 갤럭시S6(오른쪽)과 아이폰6
삼성전자가 23일 국내에 공개한 갤럭시S6(오른쪽)과 아이폰6김시연

삼성전자가 23일 갤럭시S6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였습니다. 다음달 10일 공식 출시까진 보름 넘게 남았지만 대대적인 체험 행사로 기선을 잡자는 의도일 텐데요. 이달 초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2015)' 호평에서 나온 자신감인 듯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지 못한 저도 실물은 처음 봤는데요. 사진이나 영상보다 아이폰6와 더 닮아 보였습니다. 공교롭게 이날 아침 광화문에 있는 한 이동통신사 매장에선 갤럭시S6와 아이폰6를 나란히 전시했는데요. 한두 발 떨어져 보니 두 제품을 구분하기 쉽지 않더군요.

갤럭시와 아이폰 DNA 섞은 갤럭시S6

짙은 회색과 실버로 만든 금속 테두리부터 이어폰 단자와 스피커 위치, 두 개로 분리된 볼륨 버튼까지 아이폰6를 빼닮았습니다. 액정화면 덮개가 살짝 돌출된 것도 비슷했고 강화유리를 사용한 뒤태도 아이폰4나 소니 엑스페리아Z 시리즈를 연상시켰습니다. 테두리 곡면 각도까지 비슷해 납작한 홈 버튼과 삼성 마크만 아니었다면 아이폰6로 착각했을 겁니다.

삼성은 지난해 4월 출시한 갤럭시S5 때문에 쓴 맛을 봤습니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디자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죠. 결국 삼성 모바일 디자인 최고책임자가 교체될 정도였으니까요. 그 사이 애플은 4인치였던 아이폰 크기를 4.7인치와 5.5인치로 키워 갤럭시노트가 장악한 대화면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당하면서 배우는 걸까요? 이번엔 삼성이 갤럭시S6 곳곳에 애플의 디자인 DNA를 심었습니다. 실제 전작인 갤럭시S5와 비교해보면 액정화면, 운영체제, 카메라 등 기본 하드웨어 구성만 비슷할 뿐 금속 케이스와 내장식 배터리, 지문인식방식, 대용량 저장장치 등 외형과 사용성 측면에선 아이폰6에서 가져온 게 더 많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6와 전작인 갤럭시S5, 애플 아이폰6 사양을 비교해 보면 두 제품의 특장점을 따온 것을 알 수 있다.(자료: 삼성전자, 애플)
삼성전자 갤럭시S6와 전작인 갤럭시S5, 애플 아이폰6 사양을 비교해 보면 두 제품의 특장점을 따온 것을 알 수 있다.(자료: 삼성전자, 애플) 김시연

결국 애플이 아이폰6+로 갤럭시노트 사용자를 공략했듯, 이번엔 삼성이 갤럭시S6로 아이폰 사용자를 겨냥했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여기에 삼성은 '엣지' 화면으로 차별화했는데요. 액정화면 양쪽 끝이 살짝 휘어진 '갤럭시S6 엣지'는 디자인은 눈에 띄지만 활용도 면에서 한쪽만 휘어진 '갤럭시노트 엣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집토끼'-'산토끼' 다 잡겠다? 두 마리 다 놓칠 수도

또 아이폰6의 장점을 따르다보니 약점도 같이 따라왔습니다. 바로 배터리 분리와 메모리 확장이 불가능해진 건데요. 우선 이날 전시된 갤럭시S6 엣지는 유선 충전 상태라 별 문제가 없었는데 무선 충전 중인 갤럭시S6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고 보는 통에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바짝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고속 충전 기능으로 10분만 충전해도 4시간 이상 쓸 수 있다지만 무선 충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작인 삼성 갤럭시S5(맨 위)와 갤럭시S6(가운데), 아이폰6(맨 아래) 하단 디자인.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갤럭시 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삼성의 노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전작인 삼성 갤럭시S5(맨 위)와 갤럭시S6(가운데), 아이폰6(맨 아래) 하단 디자인.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갤럭시 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삼성의 노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김시연

메모리 확장을 포기하는 대신 대용량 모델을 추가했지만 그만큼 단말기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32GB 모델이 80만 원대라고 해도 64GB와 128GB 모델은 각각 90만 원, 100만 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죠. 외장형 메모리로 쓰는 64GB 마이크로SD 카드 가격이 3만 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일체형 유니바디를 처음 채택한 갤럭시A7도 외장 메모리 슬롯이 있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갤럭시 사용자들이 갤럭시S6를 외면하긴 어렵습니다. 사용 환경이 달라져도 이미 구글 안드로이드와 삼성의 생태계에서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은 탓이죠. 결국 삼성의 노림수가 기존 아이폰 사용자라는 건 더 분명해 보입니다. 이들은 내장형 배터리나 메모리에 거부감이 없고 삼성이 노리고 있는 북미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선 아이폰 비중이 여전히 높습니다.

'집토끼' 잡고 '산토끼'도 잡는다.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은 나름 그럴 듯해 보입니다. 다만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어렵듯 자칫 집토끼만 놓치고 산토끼도 못 잡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6년간 아이폰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갈아타볼까 싶었던 제품은 삼성 갤럭시S3와 LG 넥서스5 등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장점을 반반씩 섞은 제품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갤럭시S6는 그런 바람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갤럭시S6 #아이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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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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